‘교육부 개혁 없이 교육개혁 없다’. 6.20자 C일보에 실린 독자칼럼 제목이다. 그는 최근 촌지 수수액에 따라 교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징계 규정을 만들어 시도교육청에 시달함으로써 교사 집단을 마치 비리와 부정의 온상으로 간주한 속 좁은 교육부의 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의 심각한 난맥상은 교육 관료들의 오만과 독선에서 비롯되었는데도 이를 애써 모른 체하면서 교사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됐다며 교사들을 질책하고 채찍질하기 전에 교육부 개혁이 선행되어야 올바른 순서라고 지적했다.
옳은 지적이다. 교사는 교육의 시작이고 끝이다. 교육의 승패가 달려있는 교사를 기죽이고는 교육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의 공교육이 이처럼 파국으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교육부의 책임이 크고 ‘학교붕괴의 진원지’가 바로 교육부라고 지적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함께 가야 할 교육의 주체가 교육당국을 불신하고 무용론을 주장할까.
교장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 '무자격 교장공모제', 준비 없이 시범운영을 강행한 '교원평가제', 교육현장의 실정고려나 검증 없이 전면 수용한 '방과후학교', '사학법 개정' 파동 등 교육양극화와 함께 그야말로 풍비박산 직전이다. 현재 교육계에는 백년대계를 향한 교육정책은 증발하고 교직사회에 갈등만 조장하는 임시방편 ‘해열제 정책’만 난무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육행정관료들은 본연의 임무인 ‘교육지원행정’을 망각하고 추락한 교권을 확립하려는 의지를 저버린 채 능력 밖의 권한을 무책임하게 휘두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그들에게서 수준 높은 교육적 비전을 발견할 수가 없다. 어쩌면 그들은 기울어가는 공교육을 다시 살려보려는 의지가 있기나 한지도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최근 정부 및 일부 정치인이 일선 교육현장의 의견수렴을 무시한 채 교육악법을 추진하려는 대열의 선두에는 교육수장이 있고, 앞장서서 교육의 혼선을 자초하며 대통령과 여당의 ‘코드맞추기’에 급급한 것을 보노라면 ‘교육부 무용론’이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가 진정 해야 할 일은 규제와 단속이 아니라 권장과 장려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차라리 시도교육청만 있다면 잘 될 일들을 교육부가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다. 교육부가 쥐고 있는 지방이양 권장 사무가 아직도 790가지나 된다고 하는 통계만 봐도 그렇다.
교육이 나라의 흥망을 책임지게 되는 세상이 반드시 온다. 따라서 교육부의 교육개혁 정책은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교육주체를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합의와 동의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새 시대의 협력은 상과 벌이 아니고 합의로써 이끌어내어야 하며 구성원들이 각자의 장점과 저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동참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교육의 승패가 달려있는 교육주체의 건강한 비판까지도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몰아세우면 안 된다. 교육부는 부디 ‘교육부 개혁 없이 교육개혁 없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