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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민원인들의 이기심, 도를 넘었다


시교육청내 대표적 민원부서인 학교설립 담당 부서에서 근무하다 보니 시민들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 칭찬이나 격려의 전화는 한 통도 없고, 대개가 항의성 민원전화다. 더욱이 민원도 교육행정 발전을 위한 건전한 의견을 개진하는 차원은 아니고 아집성 민원뿐이다. 내가 말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탁상행정이다, 잘못된 결정이다, 뭔가 비리가 있다, 상급기관에 항의하겠다.’는 말을 하며 반발을 하기 십상이다.

물론 세상이 바뀌어서 민본행정, 시민을 위한 행정, 민주행정을 구현하는 시대가 되어 공무원들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능동행정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사공이 너무 많아서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격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교육청에서 벌어지고 있는(비단 대전교육청의 일만이 아닌 전국 시.도교육청의 공통된 사항이다.) 민원인들의 도를 넘은 행위에 대해 몇가지 예를 들어 본다.

우선 학교설립과 관련한 집단민원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1년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의 추진으로 인해 교육여건을 OECD 기준으로 맞추기 위하여 전국의 수많은 초.중.고를 신.증설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사업이 급조된 채 추진되어 문제점과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것이다(이러한 문제점은 '7.20교육여건 개선사업'의 명암에 투고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람. 2006.4.3 게재).

후유증 중 하나는 국가차원에서 예산을 투자하다 중단되다 보니 이전에 학교설립계획을 세워 놓은 채 유보되거나, 학교수를 축소하는 지역의 민원문제다. 입주예정자나 설립예정지 인근 주민, 정치인 등이 전방위에서 비난을 퍼부어대니 실무를 보고 있는 담당자 입장에서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학교를 설립하지 않으면 분신자살을 하겠다는 협박성 극언을 퍼붓는 사람도 있으니 이 정도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대안제시는 하지 않은 채 요구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학교명칭 제정과 관련된 민원이다. 학교명칭은 사람이름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을 최초로 규정짓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관계공무원이 교명을 임의로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명제정위원회’라는 협의기구를 두고 신중하게 민주적으로 학교명칭을 제정하고 있다. 위원회에는 지역대학 관련분야 교수, 한글사랑 모임 관계자, 교육위원, NGO 단체 간부, 학교장 등 여러 전문가가 망라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원회에서 합법적으로 학교명칭을 제정하더라도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집단민원으로 인하여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 민원내용은 입주예정자들의 입주아파트 이름으로 학교명칭을 제정토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아파트 가격과 좌우되어 연계된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니 고충이 말이 아니다.

학군(구) 및 통학구역, 학교배정과 관련한 민원도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는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하다. 학력 자체가 그 사람의 미래를 좌우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사회계층의 상승이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고, 대부분의 그러한 형태로 사회가 운영되니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배정에 대한 민원도 무시를 못한다. 고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배정이 있는 연초에는 업무 담당자들이 부모들의 항의와 협박에 못이겨 몸져 눕는 이들마저 있다고 하니 그 업무 스트레스가 어떠한지 가히 짐작이 간다. 개인이 임의로 배정하는 것이 아니고 난수추첨에 의한 전산배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애들은 잘 배정됐는데 왜 내 자식만 그렇게 되었냐’고 따진다.

비록 필자가 중고생을 키우는 부모입장은 아니라 민원인들의 마음을 100% 이해 못한다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담당자의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음도 이해해야 한다. 그 부서에 가면 1년만 지나면 전보신청을 한다고 하니 알만하다.

통학구역 또한 그렇다. 학교 인근에 임대아파트가 있으면 그 자녀들을 민원인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로 통학하지 못하도록 집단 연좌시위를 하니 같은 세상을 사는 학부모로서 보기가 너무 안좋다. 내 자식 귀한것을 알면 남의 자식 귀한줄을 알아야 하는데 이것은 집단이기주의의 극치이다.

민원을 제기하시는 분들게 말하고 싶다. '자기 하나쯤은'하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 하나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자기에게 여러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함부로 살아가면 그 사람이 일생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불쾌해지든가, 폐해를 입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불행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반성 차원에서 담당 공무원들에게도 얘기하고 싶다. 가끔 누군가 내게 말하고 행동한 일이 너무나 말도 안 되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러한 것을 계속 생각하다 보면 밤에 잠도 안 오고 그러다가 문득 ‘만약 내가 그 사람 입장이었다면 나라도 그럴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꼭 이해하는 마음이 아니더라도 ‘오죽하면 그랬을까’하는 동정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상대에 대해 배려하고 여유를 가져 본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답답할 때는 하늘을 보며 크게 한번 웃어 보는 한 박자 늦추는 여유를 가질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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