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자격 연수 도중, 사고가 났다. 다름 아닌 6월 23일 1,2교시 특강인 교육인적자원부 이종서 차관의 '세계화 시대의 교육 및 국가 경쟁력 제고 방안'을 차관의 바쁜 일정으로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를 통보받은 주관처인 연수원측도 난감하지만 연수생 입장에서 볼 때도 김이 빠진다. 연수의 맥이 끊어진다. 연수원에서는 개인연구로 대체한다고 하였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전국 단위 최고의 교장 연수가 이래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이 귀한 두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마침 아침식사 도중, 충북 문의중학교 한경환 교감(49)이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를 방문하자고 제의를 한다. 네 명이 의기투합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식사 후 곧바로 출발하였다. 40분 후 대청호가 바라다보이는 청원군 문의면에 소재한 문의중학교(교장 윤병찬. 6학급 130명, 교직원 20명)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있는 학교 안내 표지판 '대청호의 푸른 꿈', '꿈을 키우는 행복한 文中人' 이 인상적이다.
학교에 들어서니 작업복 차림의 두 분이 손수레에 화분을 싣고 작업 중이시다. 당연히 학교 기사려니 했는데 한 분은 수학선생님(53)이란다. 기사와 선생님이 힘을 합쳐 학교 가꾸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와 보인다.
학교 외곽을 한 바퀴 돌아보니 '아름다운 학교, 행복한 학교'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겠다. 감나무 수 십그루가 학교를 둘러싸고 건물 뒤 화단이 잘 가꾸어져 있다. 안내하던 韓 교감이 오이, 상추, 쑥갓, 오이, 토마토 밭을 안내하며 오이 하나를 맛보라고 권유할 정도다.
학교 자랑이 이어진다. 전자결재를 3년전부터 하고 있으며 체험학습으로 다례교육과 공수배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왕복 2시간 걸리는 양성산(385m) 월 1회 전교생 등반은 정상에 올라 소망을 외치고 체력과 극기심을 기르며 호연지기를 함양하는데 최고라고 한다. 물론 양성산 환경보전 활동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교무실, 교감 옆자리 테이블에서 차 한 잔을 하였다. 교무실 선생님이 모두 일어나 반갑게 인사하며 우리를 맞이하고 선생님 한 분이 차를 내온다. 충청도가 충절의 본고장이라 하던데 맞는 말인가 보다.
학교 소개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교장 연수를 받고 있는 예비교장들, 정신 상태가 제대로 되었다. 아침 5시 기상에서부터 빡빡한 일정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학교 방문에서 행복한 학교의 모습을 보았지만 차 안에서 주고 받은 교육에 관한 정보는 그 이상이다.
비좁은, 게다가 냉방장치도 안 된 기숙사에서 무더위에 땀으로 속옷을 적시며 정부의 교장 홀대에 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울산의 모 교감은 현재의 연수여건을 보고 "도대체 교육부는 교장을 몇 급으로 대우하느냐?"고 묻는다.
교육자가 교육자를 스스로 대우해주고 존경할 때 교권은 살아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다. 우리 교육자, 교육부가 앞장서서 교권을 살려 주고 선생님들 상호간에도 자존심을 살려 주는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그러면서 다음 교장 자격 연수를 위해서도 리포터가 제언 기사로 써 달라고 요청한다.
여하튼 교장 자격 연수생들, 정신상태가 건전하고 제대로 박혀 있다고 본다. 시정할 것은 연수원측에 건의도 하지만 연수원과 교원대 힘만으로는 어려운 것도 많기에 묵묵히 연수에 몰두하고 있는 그들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