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사회의 자명종은 무엇인가? 하는 면에 가끔 부딪칠 때가 있다. 교장공모제가 시시각각으로 그 실현여부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고, 수석교사제가 표면으로 떠오르는 듯, 변화를 모르고 달려가는 한국 교직 사회의 개혁은 어디가 종점이 될 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교장 공모제를 그렇게 추구하는 이면에는 교장의 잔임을 채워주는 술수를 밟는 것만 같고 반면에 담임은 서로 하기를 꺼리는 이면에는 교사들의 무사안일주의 찾기가 도사리고 있어 학교 내의 두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담임은 학교 질서 유지의 선구자
학급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담임이 교직에 대한 무관심이 늘면 늘수록 그 교실은 더욱 소란스러워져 수업다운 수업을 하기에는 어려워지게 된다. 담임 장학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 시점에 진정 담임에 대한 급선무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담임이 학급의 환경을 바꾸고 수업에 필요한 기본 훈화를 하여 여느 선생님이 그 교실에서 수업을 하여도 담임이 있을 때와 같이 엄숙하고 그러면서도 재미나는 수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 정책으로 교장초빙제, 수석교사제, 심지어는 교감 폐지론까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의 관리층은 마치 동네북 취급을 당하는 것 같고, 정책의 추진자는 떠돌이 나그네인 것 같고, 현장의 교사는 방향 없는 키를 잡고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담임이 학생을 지도하고 상담하고 그러면서 수업을 해야 하고 나아가서는 진학지도도 겸하는, 포괄적 업무를 띤 학교 현장에서 담임이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갈수록 학생들의 폭력은 끝을 모르고 첨예해지는 현실에서 학교의 담임 제도는 학교의 근간을 이루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경찰이 학생지도를 대신하는 것이 차라리 옳을 듯싶다.
교실 환경 개선이 시급하게 다가오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담임의 학생 관리 측면을 소홀하게 하면 인성 교육은 물론 학생과 교사간의 거리감만 더욱 깊게 할 뿐이다. 지식 만능주의를 탈피해 보고자 시행되는 다양한 장학도 궁극적으로는 교실 수업의 개선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컨설팅 장학이 주는 교사의 전문성 강화도, 그린 장학이 주는 교사의 경험도 모두가 학생들의 수요자 중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 제일주의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학교 실정에 소리 없이 울분을 감추어야 하는 교사들의 아픔은 현실의 슬픔이기도 하다. 수요자 중심도 좋지만 그렇다고 학교의 입장도 교사의 입장도 아랑곳하지 않는 현실에서 진정한 교사 평가, 진정한 학생 지도는 어디에 있는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담임 평가는 무사안일주의 탈피구
담임의 의무와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런 의문에 부딪칠 때도 있다. 담임을 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는 교사와의 차이는 또 무엇인가? 성과급 줄 때 차이일까? 근평을 받을 때 유리한 이점 때문일까? 이러한 것은 담임 교사들에게 공감되는 바가 아니다. 담임이 절대 근평을 받지 못하면 진급에 장애가 된다든지, 성과급 배분에서도 비담임 교사와 비교할 때 절대 우위에 있다든지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불합리한 것을 극복하고 담임에게 힘을 실어주고 담임이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위하여 일할 수 있는 공동 분모가 있지 않는 한 현재의 담임 제도는 유명무실화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담임에 대한 새로운 활력소도 되고 자극제도 되는 부장의 담임 평가를 적극 도입하는 것이 현재의 느슨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