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다양한 요구와 적극적 참여는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권위주의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쟁력을 길러야 하며 이것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따를 때만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때문에 신자유주의자들은 교육도 하나의 상품으로 규정하고 학교를 공급자, 학생과 학부모를 고객으로 규정하여 교육을 개인들 간의 사고 팔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자들의 등장과 더불어 여기에 전통적 권위주의 체제마저 붕괴되면서 사회 각 분야의 성역 또한 자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 바로 요즘의 학교이며 교사들이다. 따라서 그동안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학교에 대한 교육 소비자들의 각종 불평불만과 욕구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풍조에 편승하여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 매스컴이다. 매일같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교육관련 독직(瀆職) 사건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교육 소비자들의 학교에 대한 다양한 요구는 바로 교사에 대한 요구라고 해도 거의 틀림이 없다. 사실 그동안 학교와 교사는 치열한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비켜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역이라는 이유로, 또는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안주하며 자기계발을 게을리 한 면도 솔직히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학교도 교사도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더 비상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거대한 변화의 광풍이, 시대의 요구가 사회 구석구석을 거세게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교사에게 거는 사회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는 더욱더 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과연 우리 교사들은 어떠한 처신을 해야 하며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교사란 국가공무원법, 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 등에 맞는 자격을 갖춘 자로서 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사람을 일컫는다. 과거 교사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요즘처럼 지식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기 전에는 오직 학교와 교사만이 각종 지식과 정보를 단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생산하여 전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학교와 교사는 더 이상 지식과 정보를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 지식의 창출과 정보의 전수를 인터넷과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교사의 역할과 학교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학교를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연결된 곳이면 단 몇 초 만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굳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을 힘들여 가지 않더라도 클릭 몇 번으로 모나리자가 실물처럼 컴퓨터화면에 튀어나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교수법을 고수하고 있는 학교와 교사는 당연히 그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사회의 지식이 학교로 흘러들고, 학교는 이것을 뒤늦게 배워 들이는 지식의 역류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쯤에서 우리는 교사의 역할을 재정립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즉 과거처럼 지식과 정보의 전수를 절대적 사명으로 삼기보단 이제는 덩굴손을 잡아주는 사다리처럼 아이들의 부목 역할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 있는 인간을 기르기 위한 전문성을 함양하는 동시에 휴머니즘에 불타는 교사, 개방적 사고를 갖고 열린 교육을 할 줄 아는 자질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할 것이다.
학습지도자로서의 역할, 생활지도자로서의 역할, 학급경영자로서의 역할, 직장인으로서의 역할,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역할, 사회가 교사에게 거는 기대를 만족시키는 역할, 솔선수범하는 역할, 사표(師表)로서의 품성과 자질을 배양하는 역할을 해야만, 21세기에 살아남는 교사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 어디를 둘러보아도 과거 유토피아 같은 호시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끝으로, 누가 뭐라던 사회가 어떻게 변하든 교육의 힘과 교사의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교육의 힘이기 때문이다. 배고픔을 참아가며 허리띠를 졸라매며 가르치고 이끌어준 교사들이 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아이들에 대한 자애로운 사랑을 가슴에 넘치도록 품고 있는 교사들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