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이 최근 홈페이지에 ‘회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게시물을 통해 교단에서의 성희롱 및 촌지수수 등 사회에 물의를 빚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천명한 것은 시의적절한 판단이다.
사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촌지근절을 명분으로 한 법안 제정을 준비할 때나, 교육부가 교원의 촌지수수에 대한 징계 기준을 세분화한 공문을 학교에 내려보냈을 때만 해도 모든 교사가 파렴치한 ‘선생 김봉두’로 취급받는 것 같아 명예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옛날엔 자식을 맡긴 선생님께 참꽃으로 빚은 술 한 병을 선물하는 것이 미덕으로 통하였고, 소풍 때 정성스레 짚으로 싼 토종계란 한 줄을 보내는 것이 남에게 전혀 흉이 되지 않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서당에서 책거리를 하면 학부모가 스승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진심에서 우러난 대접을 하는 것은 결코 남의 손가락질 대상이 아니었고 오히려 스승, 제자 그리고 학부모의 인간적인 윤리의 본으로 통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오늘날 그야말로 부끄러운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변했다. 언제부터인가 ‘촌지’라는 흉기가 우리 교직사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렸음은 물론이고 교사들을 절망하게 만들고 있다.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해 있는 부패, 그러나 교직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존경으로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집단이건만 비록 극히 일부라 할지라도 아직도 교단에는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부적격’ 교사의 ‘몰지각한’ 행위가 존재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이런 소수의 문제로 인해 교육적 열정을 다하는 절대다수의 교원들마저 존경과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교사 사이에 도덕성의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은 고스란히 서로에게 상처로 남게 됨으로써 결국 학생들은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교단이 이렇게 추잡한 걸로 비춰지면 어느 학생인들 교사를 스승으로 믿고 따를 것이며, 어느 학부모인들 학교를 신뢰하겠는가.
한마디로 우리 교직사회가 총체적으로 불신 받고 있으며 ‘자기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현실이 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 조건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는 우리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길목에 다다랐음을 깨달아야 한다. 바야흐로 우리 교단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교직사회에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적’인 교사는 있지 않은지, 교사 본연의 ‘가르치는 일’에는 소홀하면서 파렴치한 행위는 서슴지 않는 ‘무능’한 교사는 없는지 돌아볼 때다.
한국교총의 지적대로 촌지와 성추행 등이 우리 교직사회를 불신의 나락으로 밀어 넣고 있다면 이는 교단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 과감히 척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요구에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파괴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것은 독수리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스스로 낡은 부리를 바위에 으깬 후 생발톱과 낡은 깃털을 뽑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극복해야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차제에 더 깊은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가르치는 일’에 관한 한 전문가로서 다른 어느 누구도 넘보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자기연찬을 해야 할 것이다. 도덕불감증으로 얼룩진 유혹과 불신의 고리를 끊고 교직의 윤리를 재확립하는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때임을 깨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