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수시절 두 편의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이 기존의 교육 자치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교육자치 통합론 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18일 있을 청문회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미 세월이 지난 9년 전의 논문이지만 중앙교육행정 조직과 지방교육행정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현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며 부당성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교육청과 교육위원회를 지방자치(시·도지사)밑으로 넣으려는 것은 일반 행정론자의 시각이고 재정확충이라는 미명아래 교육이 정치장화 되고 중립이 훼손되어 자칫 정치싸움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정치수준이 싸움판이 되어 자라는 학생들이 배울까 걱정이 되는데 신성한 교육현장이 이전투구(泥田鬪狗)식의 정치장화가 된다면 교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현행 교육 자치를 훼손 할만한 이유를 몇 가지 열거해 보기로 하자.
첫째, 교육청과 교육위원회를 통합해 합의제 집행기구인 교육위원회로 만들고 시도의회가 교육, 학예에 관한 사무까지 모두 의결하되 이 부분에 대한 집행은 교육위원회가 맡고 그 외의 사무는 시 · 도청이 맡는 형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시·도 교육청은 16개 시 · 도 산하 청(국)으로 들어가게 되고 시장과 도지사가 인사, 재정, 시설 등 모든 교육행정권한을 가지게 되어 교육 자치는 송두리째 사라지게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둘째, 일반 행정이 점점 비대해 지고 있는데다가 교육까지 맡는다면 막강해진 권한을 휘두르며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시·도지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서 인사문제도 당연히 정치적인 논리에 의거 행사하게 될 텐데, 교원의 위상은 추락하게 되고 사기도 저하될 것이다. 자격 없는 교장공모제가 고개를 드는데 일반 행정 출신들이 전문가인 교장을 밀어내고 교장자리에 오게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교원들의 희망을 짓밟게 되면 교원들이 안정된 가운데 교육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셋째, 현재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학교운영위원이 선출하고 있고 주민직선제로 가려고 하는데 현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의 논문에서 주장한 것이지만 선출이 아니고 임명을 한다고 주장하면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 되며 임명에는 정치적인 힘의 논리가 작용 할 텐데 교육현장을 너무 모르는 일반의 시각에서 본 것으로 교육 자치는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교육은 당장에 성과를 내는 일반 행정과 다르기 때문에 그 특수성을 살려서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더 옳은 일이다.
넷째, “교육자치의 궁극적 주체는 주민이고 이를 대표하는 지방의회가 조례를 제정해 교육행정의 큰 틀을 정하고 예산을 배정한다고 해서 이를 교육 자치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논문에 강조했다는데 언 듯 듣기에는 그럴싸할지 몰라도 지방자치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교육소외 내지 불균형은 교육현장을 더욱 황폐화 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다섯째, 교육자치의 통합은 궁극적으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심한 손상이 가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즉 교육이 정치에 오염되어 교육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교육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때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에 학부모들이 주목해야 할 것이다. 행정의 편의만 생각하다보면 교육이 무너지고 국가의 미래는 암담해지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총리는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학교현장이나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외통수로 고집을 피우며 교육 자치를 통합하려는 논리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인적자원이 국가의 크나큰 자산인 우리나라의 앞날이 교육에 달렸다는 것을 명심하고 명분 없는 교육자치통합에 매달리다 더 큰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말고 개혁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원들이 신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신선하고 참신한 사기진작책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면 교육부총리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우쳐만 줘도 18일 청문회는 성공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