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모처럼 산에 올랐습니다.
서산시에 소탐산이란 아담한 산이 있는데 등산로가 아주 좋답니다. 왕복 두 시간 정도면 완주가 가능한 짧은 거리인 데다가, 경사도 또한 완만하여 주로 여성분들이 이용하는 곳이죠.
평탄한 등산로에는 주로 다복솔이 깔려 있어 폭신폭신하고 길섶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 사시사철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하곤 합니다. 아직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이용하는 사람도 적어 사색할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 해소에 이용하면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오늘은 거의 한 달만에 소탐산에 올랐더니 등산로 곳곳에 거미줄이 어찌나 많이 쳐져 있던지 고생 좀 했습니다. 그동안 장마철이라 등산객 출입이 아예 없었던 모양입니다. 여기저기 쓰러진 고사목 하며 비바람에 떨어진 수많은 생낙엽들이 태풍이 지나간 흔적임을 알려주고 있었더군요.
전 우비도 입지 않고 운동복만 입은 채 그대로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등산로에 접어들자 갑자기 비가 그치더군요. 이상하다싶어 위를 올려다보니 소나무와 밤나무, 아까시나무 등이 서로 어우러져 아치형 터널을 만들어 비를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빗소리만 요란하지 정작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는 신비스러운 현상이 연출되더군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등산을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저번에 어느 수필집에서 비를 맞으며 걸으면 생각이 善해진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과연 그런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서 한번 시도해 본 일이었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더군요. 마치 원시상태로 돌아간 듯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방수 체육복이라 몸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단지 빗물이 자꾸 눈으로 들어와 곤란하더군요. 답답해서 모자를 쓰지 않았더니 그런 단점이 있었던 겁니다. 산성비라 머리카락이 빠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시원함과 상쾌함이 그런 걱정을 상쇄시켜 주더군요.
하산할 때는 일부러 야생화가 많이 핀 길만을 선택해서 내려왔습니다. 물기를 머금은 꽃들이 그렇게 싱싱하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벌들이 날아들 것 같았습니다. 혼자만 보기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 디카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봉지로 잘 감싼 다음 렌즈부분만 구멍을 뚫어 쵤영을 했습니다. 빗속에서 바로 찍은 것이라 싱싱함이 그대로 묻어나 볼만합니다. 잠시 머리도 식힐 겸 한번 감상해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