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서산시 중·고등학생 독서논술토론대회가 오늘 충남서부평생학습관 대강당에서 있었습니다.
오전에는 정해진 책을 읽고 그와 관련된 논술을 썼고, 오후에는 각자 팀을 이루어 읽은 책에 대한 토론을 펼쳤답니다. 서산시 소재 각 중·고등학교에서 말과 글을 가장 잘 하고 잘 쓴다는 학생들이 뽑혀온 자리이니 만치 그 열기가 대단하더군요.
저는 중학교팀 A반의 독서토론회 과정을 심사했는데 하나같이 말을 어쩜 그렇게 잘 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말하는 방식과 수준이 웬만한 어른 뺨치게 잘하더군요. 자신의 발언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적당한 제스처(gesture)와 차분한 말투는 가히 전문가 급 수준이었습니다.
남녀 중학생 모두 16명이 한 방에서 토론을 벌였는데, 말은 역시 여학생들이 잘했습니다. 우리팀의 경우 1위부터 5위까지 순위에 든 학생이 모두 여학생들이었으니까요. 논거를 들이대며 조리 있게 설명하는 여학생들 앞에서 남학생들은 더듬거리다가 번번이 말문이 막히기 일쑤였습니다. 긴장도 남학생들이 훨씬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성들과 말싸움하는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바보'라는 우스개 말이 있듯, 여학생들의 언어 감각은 역시 탁월했습니다. 개중에는 들리지도 않게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내용 이해가 좋아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더군요.
제가 이번 토론대회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우선 남으로부터 그 사람 참 말을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좀 크다 싶을 정도의 목소리와 분명하고 정확한 발음,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과 시선처리, 상황에 어울리는 적절한 제스처, 침착하고 바른 자세 등이 필수 요소로 생각되었습니다. 평상시 이 정도만 지켜도 말 잘한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겠더군요.
그러나 사실 이런 외적인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폭넓은 독서였습니다. 두 시간이 넘도록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독서 경험이 적은 아이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말이란 것은 아는 만큼 말하고 하는 만큼 늘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란 속담이 있는데, 이는 지식이 없어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말주변이 없는 사람들이 꾸며낸 자기합리화식의 변명일 가능성이 높은 속담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말하기는 역시 어렵습니다. 그것도 남들 앞에서 떨지 않고 조리 있게 자신의 주장을 말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화법(話法)'과 '화술(話術)'이란 학문이 따로 생기고 스피치 학원이 번성하는 까닭일 겁니다. 따라서 중학생 때부터 이런 토론 기회를 자주 갖고, 또 평소 아나운서들의 말투와 억양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흉내를 내며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달변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역시 말로써 남을 설득시켜 내 뜻을 관철시킨다는 것은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