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교장 공모제는 참으로 좋은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정서에 어울리지 않다기보다는 아직도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그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한다. 서울에서는 부장들이 모여 이 제도를 반대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으니 지금의 풍토에 교장 공모제는 교장의 잔임을 채워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능력있는 교장을 초빙해서 그 학교를 발전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면 오죽 좋겠느냐만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혜택을 받는 교원보다는 피해를 받는 교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아우성도 결국은 학연, 지연, 혈연이 강한 우리의 정서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 아닐까?
교장 공모제는 교장 평가제로 이어져야
교장 공모제는 시대의 흐름에 어울리는 제도이다. 가뜩이나 수요자 중심의 흐름이 진행되는 현실 교육 구조에서 수요자의 욕구를 최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이고 또 학교 나름의 자생의 길을 길러가는 첩경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좋은 점을 잘 살려서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학교에 새롭게 정착시켜 간다면 교육의 거듭나기 운동에 한 걸음 앞서는 길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교장의 능력검증제가 도입되어야 하고, 시행에 있어서도 한 지역에 한정해서 시도해 보고, 그것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점차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의 교육부의 정책에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정책의 시행이 한 번에 전체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는 데 있다.
교장 공모제 시행이 우선 시행해야 하는 곳에는 벽지학교와 사립학교일 것이다. 벽지학교에 이 제도를 시행하면 점수를 확보하기 위해 농어촌으로 몰려드는 교사들의 고령화를 막고 학교도 침체가 아닌 탄력성 있는 운영이 될 수 있어 좋다. 게다가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를 방지할 수 있어서도 더욱 좋다. 지금의 벽지학교는 고령화로 인해 학교의 탄력성 있는 운영이 점점 어려워져 가고 무사안일주의가 학교 운영에 오히려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다.
사립학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립학교에 교장 공모제가 도입되면 정체되어 있는 학교의 연공서열주의에 대한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노력과 능력이 승진의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수 있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현재 학교 현장에서 시급히 고처야 하는 것은 교사들의 무사안일주의 사고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교장 공모제는 교장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시골 벽지학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는 것이 순리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 마구 시행되면 결국은 교장의 마지막 임기를 채워주는 휴식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하여튼 시골의 학교에서 교장 공모제가 교장 평가제로 전환되는 시험무대로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시골의 우수한 학생들이 도시로 유학을 가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도 줄일 수 있고, 교사의 고령화도 조정할 수 있어 일거다득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