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모든 문화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의 중요성을 비유적으로 강조한 말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통치 구조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울은 중요한 곳이고 상대적으로 지방은 덜 중요한 곳으로 인식해 왔다. 이러한 문화의 영향이 현대에도 면면히 이어져 재화는 물론이고 사람마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도시로만 몰려 현재, 대도시와 지방간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이러한 삶의 격차는 농어촌에서 두드러지며 특히 그 중에서도 도·농간 교육 격차는 매우 심각한 편이다.
이러한 도·농간의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게 된 시기를 1970년대로 잡는데 학자들의 이견은 없다. 즉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경제 개발과 도시화의 진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만 집중되면서 농어촌의 인구는 상대적으로 급감하였고,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자연히 경제적으로도 뒤쳐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력이 뒤쳐지다지다 보니 삶의 질 또한 낮아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농어촌을 기피하게 되었고, 젊은 사람들이 농어촌을 떠남으로써 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흔히 농어촌의 삶의 질이 대도시보다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로 교육력 저하를 든다. 농어촌의 교육력은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데 그 이유를 학생 수의 감소에서 찾는다. 즉 학생 수가 줄어들다 보니 학교가 소규모화 되고 이는 곧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을 불러와 대도시의 학교들보다 모든 면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말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현상이다.
물론 학교의 소규모화는 학생과 교사와의 거리를 좁혀 좀더 인간적이고 친숙한 전인적 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측면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지금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규모 학교의 문제는 사실 초등학교보다 전문 교과별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중등교육에서 더 심각한 편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소규모 중·고등학교들에선 1과목 1전문교사 배치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상치(相馳) 과목을 배치하게 되고 이런 상치 과목의 배치는 결국 학생들의 학력저하로 이어진다. 이에 비해 대도시 학교는 오히려 과밀 학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전반과 오후반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넘쳐나는 학생들로 교사들의 업무는 이미 소화불량 상태가 된지 오래다. 이처럼 도·농간의 교육 격차는 도시와 농촌 사람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농어촌에 대한 환경 개선 사업이다. 현대화된 주거 환경과 대도시에 못지 않은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절로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며 이농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떠났던 사람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농어촌에 근무하는 교사와 재학생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시행되고 있는 벽지근무교사들에게 주는 인사고과 가산점 제도와 농어촌특별전형 제도를 더욱 확대하고 각종 장학금 지급과 학비 감면의 혜택을 주는 것이다. 특히 농산어촌의 산간 오지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교육에 대한 부단한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한다. 농어촌 학교를 부흥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으로 동창회와 학부모 단체들이 참여하는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법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조직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농어촌 학교를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지금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를 고려중인 1농 1어촌 명문학교 육성책도 좋은 대안이다. 아니면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를 아예 대안 학교나 특성화 학교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영어나 예능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경쟁력을 갖게 하는 식이다. 충남 서산의 팔봉중학교 같은 경우가 그 좋은 예이다. 팔봉중학교의 경우 학생 수의 감소로 한때 폐교위기에까지 몰렸으나, 외국어 중심 특성화 학교로 전환한 뒤 지금은 오히려 대도시에서 거꾸로 이 학교로 전학을 올 정도의 명문 학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e-러닝 사이버 가정학습을 활성화하여 도·농간의 학력차를 줄여야 한다. 현재 한국교육방송에서 실시하는 사이버 가정학습을 좀더 보완하여 산간 벽지 학생들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도록 노후 컴퓨터를 교체해 주고 무선 인터넷을 확대 설치해줘야 한다.
이처럼 도·농간의 교육력 격차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그 격차를 줄이거나 해소 할 수 있다. 다만 각 농어촌의 여건과 특성을 잘 감안하여 적절한 방법과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농어촌의 학생과 학부모들도 낙후된 시설과 환경만 탓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주어진 여건에서도 학력 향상에 최선을 다할 때 도·농간의 교육력 격차는 크게 줄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