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는 요즘 공주에 있는 충남교육연수원으로 논술연수를 받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부터 다녔으니까 벌써 일주일이 다 되었네요. 순전히 스스로의 의지로 자원한 중·고등학교 선생님들로만 구성된 논술연수팀으로 모두 37분이 학생들과 똑같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하루 일곱 시간씩 매우 강도 높은 논술 수업을 받고 있답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미처 몰랐는데 막상 피교육자 입장이 되고 보니 학생들의 심정을 알겠더군요. 숙제와 글쓰기가 이렇게 귀찮고 어려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항상 아이들에게 수행평가로 숙제만 내주다가 제가 직접 수행평가를 하려니 얼마나 힘이 드는지...
같이 연수를 받던 어떤 선생님 왈,
"앞에 피(被)자가 붙으면 항상 괴로운 법입니다. 피교육자, 피지배자, 피해자, 피의자 얼마나 괴롭습니까?"
정말 그 선생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역시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논술 수업을 받는 연수원의 분위기는 지금 열기로 후끈후끈합니다. 무더운 한여름철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더 배워서 아이들에게 양질의 논술을 가르쳐야겠다는 선생님들의 눈물겨운 향학열 때문입니다.
하루에 두 분씩 전국의 유명한 논술 강사 선생님들을 연수원으로 직접 초빙해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논술에 관한 한 내로라하는 분들로 자부심이 대단하더군요. 물론 강사 선생님들마다 약간의 견해차이는 존재하지만 공통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즉, 제시문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논술문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논술시험은 대부분 서너 개의 어려운 제시문을 주고 거기에다 까다로운 조건까지 달더군요. 예를 들어 분량이나 형식적인 조건은 물론이고 '제시문들을 상호 비교한 후 자신의 관점을 서술하라', '제시된 자료와 도표를 활용하여 논술하라' 등의 여러 출제조건을 다는데 학생의 답안이 일단 제시된 조건에서 벗어나 있으면 그 답은 영점 처리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논술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런 조건과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게 쓰는 일이랍니다. 내용이야 어떻든 조건과 형식만 맞으면 기본 점수는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좀더 발전하여 주어진 논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탁월한 문장과 다양하고 세련된 예시를 제시했다면 그게 바로 최우수 답안이 되는 것이랍니다. 요즘 논술에서 창의력, 창의력 하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세상이 놀랄만한 무슨 거대한 것을 쓰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란 것이죠. 좀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논술에서의 창의력이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쓰라는 뜻이 아니라 논거를 대고 예시를 보일 때 남들이 다 아는 상투적인 것을 쓰지 말고 자기만이 아는 특이한 것,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예로 들라는 뜻이랍니다. 남들이 다 판사와 검사의 말을 인용할 때 창의력이 있는 사람은 배심원의 말을 인용한다는 것이죠. 이런 것이 바로 논술에서의 창의력이고 좋은 점수를 받는 일급 비결이랍니다.
지난 수요일엔 경기도에서 논술 강사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한효석이란 분의 강의를 세 시간 정도 들었는데 실전에선 그 분의 강의가 꽤 도움이 되겠더군요. 예를 들자면 1:3:1 전법인데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논술문을 쓸 때 분량을 보통 서론 한 문단, 본론 세 문단, 결론을 한 문단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랍니다. 어떻게 보면 상투적인 방법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가장 쉽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긴박하고 조급한 순간에 무슨 창의적인 형식이 떠오르겠습니까. 그러니 평소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할 테고 말이죠.
어제 성균관대학교 교수 한 분이 논술 강의를 하셨는데 그 분의 말씀도 역시 같은 맥락이더군요. 이렇게 쓰면 평균점은 확실하게 맞는답니다. 논술에서 만점을 받는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므로 점수를 깎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일 겁니다.
또 한 가지 원고분량을 글자 수로 파악하지 말고 문장 수로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00자로 논술하시오.'라는 조건이 있다면 천 자를 25개 문장으로 환산하면 분량이 쉽게 계산된답니다. 왜냐, 보통 한 문장의 글자 수가 40자 정도이니 25개 문장이면 천 자 정도가 나오기 때문이랍니다. 한 문단에 보통 다섯 문장 정도가 들어가니까 서론에서 다섯 문장, 본론에 15문장(5, 5, 5) 결론에 다섯 문장 해서 도합 25문장이 필요한 셈입니다.
이렇게 논술문의 틀이 잡혔으면 서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본론의 각 문단에선 자기주장을 펼치고 결론에서 다시 한번 본론을 요약한 주장문을 제시하고 앞으로의 전망으로 끝을 내면 아주 자연스럽게 논술문을 완성할 수 있답니다.
강의를 듣고 보니 얼핏 쉬우면서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리포터가 어제 이 방법대로 직접 논술문을 써 봤는데 정말 다른 방법보단 확실히 쉬웠습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그런 면에서 방학을 이용한 교사 연수는 아이들의 학력 향상 면에서 참 좋은 제도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