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를 무대로 교사와 학생 등의 관계를 다룬 ‘학원영화’가 봇물을 이루면서 ‘창작의 자유’ 차원을 넘어 교단을 변태와 부정이 난무하는 집단으로 표현함으로써 교직사회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가진 영화 ‘스승의 은혜’의 제작사는 영화 홍보를 위하여 ‘나도 과거 선생님과 아픈 기억이 있다’는 제목의 이벤트를 열었다. 선생님과 안 좋았던 기억을 글로 올리면 뽑아 예매권을 나눠 주는 행사를 통하여 얄팍한 상술을 미끼로 학생들에게 교사에 대한 적개심을 무분별하게 부추기고, 이 과정에서 해당 교사의 이름과 학교를 그대로 밝히고 있는 글이 많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영화 벽보 포스터도 초등학생이 피로 쓴 듯한 ‘혈서체’로 표현함으로써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이 영화는 16년 만에 재회한 교사와 제자들의 한 맺힌 복수극으로 정년퇴직 후 시골에 살고 있는 선생님에게 찾아온 제자들에게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다루었다. 정년퇴직 후 늙고 병든 몸으로 시골에 혼자 살고 있는 스승을 찾아온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그들 속에 응어리진 스승에 대한 원한이 되살아나면서 동창회가 하룻밤 새 제자들이 스승을 처단하는 ‘스승의 날 기념’ 연쇄살인사건의 현장으로 변한다. 하나같이 상처받은 아이들을 내세워 컴퍼스, 호치키스, 문구용 칼 등 현재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문방기구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그려졌다.
곧 제5편 출시를 앞둔 공포영화 ‘여고괴담’ 시리즈는 한 여고생이 죽은 뒤에도 계속해서 학교를 다니는 이야기를 통해 교사 폭력이나 대학입시 같은 한국 제도교육의 문제를 공포로 치환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학교를 공포의 공간으로 묘사하며 입시귀신에게 조종당하는 학생과 교사, 우정이 말살된 급우관계, 적대적인 사제관계를 주로 다룸으로써 학교 현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영화 ‘어느 날 갑자기-D DAY’는 여자 재수생을 전문대상으로 하는 입시기숙학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로써 여고괴담에서 시작된 학원공포물의 연속으로 학교 교실에서 입시학원으로 무대를 옮겼다는 것이 다르다. 입시준비에 대한 재수생들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공포물로 표현함으로써 역시 대다수의 선량한 재수생과 사설 입시학원을 왜곡시키고 교육환경과 입시제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영화 ‘두사부일체’에 이어 나온 후속편 ’투사부일체‘는 어떤가. 전작이 조폭과 연루된 사학 재단의 비리와 학생 교육문제에 대한 직격탄이라면 후작은 학교를 조폭도 혀를 내두르게 될 정도의 성적 조작, 인권 모독에 심지어 원조교제 등 온갖 비리가 난무하는 곳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조폭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행동’할만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교내 왕따 문제를 다루면서 조폭보다 더욱 강한 일진회 학생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관객들에게 학교에 대한 그릇된 정보와 현실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학생들이 교내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가 몸을 사리거나 교사가 회의 시간에 교장의 뺨을 때리는 상황, 더 심각한 것은 교사가 여학생과 원조교제를 하고 거부하자 괴롭히다가 결국 죽게한다 등의 설정은 교육의 문제를 보여주자는 의도보다는 더욱 자극적인 꺼리를 찾는데 급급함으로써 교권을 심각하게 모독하고 있다.
영화 ‘선생 김봉두’, 부적격교사인 주인공은 돈 봉투를 좋아하고 술집에 가서 학부모들과 술 먹고 놀다가 여자 가슴에 손 넣고 돈을 집어넣는 등 교사를 모독하는 행동을 여과 없이 연출한다. 그는 학생들을 사랑하지도 않고, 교육자로서의 긍지도 없어 결국 부정 교사로 낙인찍힌 채 결국 시골의 작은 학교로 쫓겨 간다. 여기서도 그가 하는 일이라곤 날마다 수업시간에 자습이나 시키고 어떻게 하면 그곳을 빠져나갈까 하고 궁리만 하는 파렴치한 교사로 묘사함으로써 대부분의 선량한 교사를 분노케 하고 있다.
앞으로도 청소년을 고객으로 한 학원영화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영화제작자들에게 흥행을 위해서라면 악인의 캐릭터를 극대화기 위하여 비리의 대표적 표본으로 학교를 묘사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학교와 스승을 희생양으로 삼아 원조교제 등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묘사도 서슴지 않고 조폭을 학교로 끌어들여 저지르는 잔인한 폭력과 살육을 희화화하기 일쑤다.
문제는 이런 영화들이 모두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음으로써 어린 학생들과 청소년들이 학교와 교사의 부정적인 면을 보며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제작자 측은 한결같이 ‘바른 교육’과 ‘바른 사회’를 기다리는 감독과 관객들의 소망을 그렸다고 변명하지만 이를 과연 ‘창작의 자유’만으로 가벼이 넘기기엔 교육적으로 문제가 너무 많다. 청소년을 위한 교원단체와 교육부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