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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가장 미워하는 선생님

어제 오후는 울산교육수련원에서 인문계 고등학교 교감, 3학년 부장, 대입상담교사단 등 66명이 ‘학력 향상을 위한 대학진학담당자 연수회가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는 길이 꼬불꼬불해 부담이 되었었는데 올해는 4차선으로 직선으로 확장포장되어 연수원 가는 것이 훨씬 편하더군요.

울산교육수련원은 폐교된 학교를 6층의 수련원으로 새롭게 단장한 곳입니다. 전망이 참 좋습니다. 푸른 바다가 보입니다. 푸른 나무가 보입니다.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푸른 꿈을 품을 수 있는 곳입니다. 푸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푸른 준비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한번 다녀오면 메마른 땅에 푸른 순이 싹트게 해줍니다. 그러기에 울산교육수련원을 저는 푸른 교육수련원으로 바꾸어 불러봅니다.

역시 어제 오후에는 날씨가 좋은 관계로 푸른 하늘, 푸른 나무, 푸른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온통 마음을 푸르게 해 주었습니다. 두 분께서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한 분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서울의 사립학원 평가실장께서 2007학년도 대학입시 전망과 대책에 대한 강의를 해 주셨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2006년도에 서울대 21명을 비롯해 연세대 22명, 고려대 21명을 배출한 대구에서 유명한 사설 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학력 향상을 위한 학교운영 사례에 대해 100분 동안 강의해 주셨습니다.

아주 유익했습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하고 있는 것도 있고 새로운 것도 있었습니다. 우리학교에서도 운영해 보았으면 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대구의 한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 하나만 소개해 봅니다. 졸업생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게 유익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들은 학교 다닐 때는 자기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말만 하지만 졸업 후에는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장선생님도 잘 모르는 무슨 이야기든 다 한다고 합니다.

졸업생들이 모교방문을 해 교장선생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학생들이 가장 미워하는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를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네요.

첫째가 선생님께서 잠자는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잠자지 마라고 하는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교실을 둘러볼 때면 자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선생님들은 잠자는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잠자지 마라고 하지 않으니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아도 그렇지 않을 것 같네요.

세월이 지나면 ‘아휴 잠자는 수업, 지겨운 수업, 지루한 수업 싫다! 싫어’ 이렇게 말하지 않겠습니까? 또 어떤 교실에는 학생들이 잠을 자지 않고 있지만 학생들을 잠자는 강의를 하면서 자는 애들 골마루에서 꿇어앉게 하고 교실 뒤에 세워두고 하면 역시 선생님을 미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기회에 내 수업이 어떠한지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가 문제 풀어라 해놓고 딴짓하는 선생님을 미워한다고 합니다. 문제 풀어라 해놓고 먼 산 본다든지, 자리에 앉아 있는다든지, 뒤에 있는 게시판을 쳐다보고 있는다든지 하면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겠습니까? 가장 미워하는 선생님 부류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 같네요. 어떤 선생님은 교실을 둘러볼 때마다 문제를 풀어라고 해놓고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학생들로부터 사랑을 못 받을지언정 미움을 받는 선생님이 되어야 되겠습니까?

셋째가 이야기 해달라 하면 한 시간 내내 이야기하다가 끝날 무렵 ‘어디 할 차례지' 하다가 마치는 선생님을 미워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다른 교실에 가서 이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른 교실에서도 똑같이 한 시간 내내 이야기하고. 이렇게 하는 선생님은 시간을 적당히 잘 띄울 수는 있지만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 같네요.

넷째가 교과서 읽게 해놓고 선생님을 책을 보지 않는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교과서 읽게 해놓고 선생님이 책을 보지 않으면 학생들도 책보지 않고 있다가 읽기 끝날 때쯤이면 책을 보는 척한다고 합니다. 이런 선생님도 학생들이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자기 자랑만 하는 선생님, 수업시간 학생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내며 교무실에 들어와 있다가 학생이 찾아오면 못 이기는 듯이 교실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 선생님...

학생들은 정말로 똑똑합니다. 선생님 머리 위에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다 압니다. 선생님들을 일일이 평가합니다. 학생들이 교육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방학 중 자신의 수업이 어떠한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 같네요. 학생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셔야지 학생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미움받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 된다면 이건 분명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생님, 학생들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고 있습니까? 아니면 가장 미움을 받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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