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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이들에 대한 관심, 방학에도 계속돼야

개학(8월 18일)을 하여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교실이었다. 방학 내내 만나지 못한 아이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방학동안에 있었던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오랜만에 교실은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생기가 돌았다.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를 살펴가며 눈인사를 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탓일까. 모든 아이들의 모습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바로 그때였다.

"선생님, OO이가 아직 학교에 등교를 하지 않았는데요."

누군가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의 시선은 그 아이의 자리가 있는 1분단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비어 있는 빈자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1학기 동안 아무런 탈 없이 생활을 잘 해온 터라 그 아이가 등교하지 않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2교시 끝난 뒤에도 그 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아이가 학기 초에 적어 낸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았으나 신호가 가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아이는 우리 학급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는 몇 명의 아이들 중 한 명이기도 하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우선 학급에서 그 아이와 친한 아이 몇 명을 교무실로 불렀다. 그런데 그 아이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설사 알고 있다 할지라도 집 전화번호뿐이었다. 그리고 방학 중 그 아이와 연락을 하였거나 만난 적이 있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경우를 사면초가(四面楚歌)라 하는가 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한참을 고민하였다. 한편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제대로 상담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였다. 도무지 그 아이와 연락을 취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그 아이와 관련된 누군가로부터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개학 첫 날. 아이들을 만난다는 기쁨과 설렘이 한 아이의 결석으로 인해 엉망으로 되어 가는 순간이었다. 오후 내내 그 아이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아이의 신변에 아무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오후 5시 30분.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로부터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책상 위에 휴대폰을 꺼내놓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신경은 교무실 전화의 벨소리에 있었다. 몇 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할 수없이 가방을 챙겨 교무실을 막 나서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였다. 액정모니터 위에 찍힌 전화번호는 낯설었다. 전화를 받자 내가 응답을 하기도 전에 한 여자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비집고 나왔다.

"선생님, 제 자식 좀 찾아 주세요."

그 아이의 어머니였다. 그 아이 때문에 걱정을 한 탓인지 어머니의 목소리는 많이 지쳐 있었다. 간신히 어머니를 진정시키고 난 뒤 자초지종을 물어 보았다.

사실인즉, 그 아이는 컴퓨터게임에 빠져 방학 내내 PC방을 전전했고 개학을 며칠 앞두고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심하게 야단을 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의 인터넷과 전화 모두를 끊었다고 하였다. 그 이후로 아이가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매일 그 아이를 찾기 위해 시내 PC방을 다 뒤졌으나 헛수고였다고. 개학을 하면 돌아오리라 생각했던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걱정이 되어 담임인 나에게 전화를 하였다며 울먹였다.

결국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은 컴퓨터게임이었다. 학기 중에 생활을 잘해왔던 아이가 근 한 달 정도 되는 방학기간 동안 컴퓨터게임에 중독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 방학이라 모든 아이들이 계획을 잘 세워 생활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안일함에 후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를 찾는 것이었다. 퇴근길, 그 아이가 자주 간다는 PC방을 찾아가 보았으나 그 아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밖은 태풍 '우쿵'으로 인해 빗줄기가 더 굵어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자식을 찾아 달라는 어머니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무쪼록 그 아이가 무사하게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해 본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화사하게 웃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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