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과 청소년의 공통점을 분석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첫째,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둘째, 생각보다 잡기가 힘들다. 셋째, 그래도 잘 다루는 사람이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단순히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심각함이 숨어있다. 오죽하면 청소년을 질풍노도의 시기, 혹은 주변인, 경계인 이라고 했겠는가. 이것은 청소년기가 그만큼 심리가 불안정하여 언제든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상존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에 대한 우리 기성세대들의 자상한 보살핌과 따뜻한 사회적 배려가 무엇보다 절실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편히 쉬면서 학업과 입시에서 받는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할 문화적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청소년은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이며 예비 주역들이다. 어떤 나라의 장래를 보려면 그 나라의 청소년들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 것일 것이다. 청소년 정책과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프랑스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식민지를 통치할 때의 일이라고 한다. 프랑스는 인도차이나 반도를 접수한 즉시 모든 학교에서 운동장을 없애버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그 나라 청소년들의 신체를 약화시키고 동시에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어 영원히 식민지 국민으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한 음흉한 계산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만 보더라도 우리 청소년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것이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전용문화시설의 확충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여가 시간 활용 실태에 관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1위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게임하기, 2위가 노래방 가시 3위가 영화, 연극, 공연 관람하기, 4위가 쇼핑하기를 통해 여가 생활을 보내고 있었으며, 기타 여행이나 수영,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등의 건전 놀이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극히 일부였다고 한다.
위의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화의식과 사회적 인프라가 얼마나 빈약한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런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청소년들이 언제든 가서 편히 쉬고 놀만한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외국에서는 청소년 체육시설은 물론이고 연극, 댄스, 여행, 레크리에이션, 과학탐험 등 다양한 취미와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무수히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기껏해야 텔레비전 아니면 PC방 외에는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고 OECD에도 가입할 정도의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오히려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는 예전의 청소년들만도 못하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못 먹고 못살았지만 그래도 자녀들만큼은 건강하게 키우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서 엄동설한에도 아이들이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밖으로 내몰았고, 아이들도 나름대로 추위를 무릅쓰고 제기차기, 자치기, 얼음지치기, 썰매타기 등을 하며 여가를 보냈다. 비록 변변치 않은 놀이문화였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런 놀이문화를 통해 건강과 사회성을 동시에 길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청소년들은 어떤가. 아침 일찍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고 방과후에는 학원에서 밤늦도록 공부하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귀가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며, 쉬는 날이라고 해봐야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기성세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보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혹독한 가난과 끝없는 전란 때문에 먹고사는 일에만 전력투구하느라 국가적 차원의 청소년 대책과 보살핌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먹고 살만하고 나라도 안정이 되었으니 미래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 해결해 주어야 한다. 청소년은 나라의 희망이요 미래의 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