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학교 강수남(姜秀男.62) 교장 선생님의 정년퇴임식이 농구 체육관에서 있었다. 본인이 극구 사양하여 외부에 초대장 발송 없이 재학생들과 교직원 등 내부 식구들만이 참석하여 조촐하게 열렸다.
식전 공개 행사로 재학생의 사물놀이, 한국무용 독무, 플륫 2중주 등이 있었고 선생님들의 수화 노래 '사랑합니다'(노래 쿨)가 있었다. 철모르고 떠들던 학생들도 이 순간 만큼은 선생님들의 노래와 수화 동작을 보느라 조용해졌다.
3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면서 함께 근무했던 교직원으로부터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바로 인생의 행복, 성공된 삶이 아닐까 싶다. 그 다양한 구성원들의 입맛 다 맞추어 주고 개인사까지 신경 써 주고 혹시 잘못을 저질러도 사랑으로 감싸주고…. 인내심을 갖고 자상하게 지도하여 올바른 교사의 길을 걷게 하고.
문득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말이 떠오른다. 강 교장 선생님을 아는 분들은 말한다. 그 분은 덕(德)을 많이 베푼 분이라고.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그 분을 좋아하고 따른다. 그 분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선생님들의 수화 지도를 맡았던 김미랑 인문사회부장은 말한다.
"퇴임식이니까 슬퍼도 안 되고 너무 가벼운 분위기여도 안 되고 사랑의 따뜻함과 감동을 주는 분위기 곡을 찾으니 이 곡이 딱 맞더군요. 방학 전과 개학을 앞두고 연습을 했습니다. 가운데 선생님들은 검은 옷에 흰장갑을 끼고 수화를, 양쪽 선생님들은 흰옷 의상에 노래를 불렀습니다."
선생님들이 고맙기만 하다. 퇴임하는 교장 선생님을 위해 노래와 수화 연습을 하고 연출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의상까지 신경을 쓰고. 누가 선생님 아니랄까봐 교육의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 역시 선생님들은 다르다.
나도 퇴임식 때 선생님들로부터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퇴임까지는 앞으로 여러 해 남아 있지만 지금 스스로 반성해 본다. 교사들도 학생들로부터 학년이 끝날 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성공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합니다'(노래 쿨) 가사 내용이 너무 좋아 한 번 옮겨 본다.
난 행복합니다 내 소중한 사람 그대가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답죠
난 행복합니다 그대를 만난 건 이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인거죠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놓을 지라도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이 끝날 지라도
난 행복합니다 내 소중한 사람 그대가 있어 세상이 더 아름답죠
난 행복합니다 그대를 만난 건 이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인거죠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놓을 지라도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이 끝날 지라도
기억해요 당신만을 나 사랑할께요 나 언제까지나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세상이 우릴 갈라 놓을 지라도
나의 사랑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이 끝날 지라도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