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우리 충청북도교육청의 교육지표는 「지역인적자원 개발을 선도하는 희망찬 교육 실현」이다. 적절한 진단아래 내려진 방향 설정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선발에서부터 양성에 이르기까지 경쟁력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우리나라 교육에 경쟁력이 있는가.
현 정부와 여당은 평준화 교육을 마치 종교처럼 맹신하고 있다. 그들은 ‘평등’이라는 가면을 쓴 채 ‘경쟁은 비교육적이고 평준화만이 인권을 존중하는 전인교육’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줄기차게 밀어붙인 평준화 정책 덕분에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학교 간 격차 해소에 기여했다고 믿는 듯하다. 그래서 외고를 ‘경쟁을 부추기고 평준화를 깨는’ 학교로 단정할 뿐 아니라 자사고와 국제중 설립도 평준화에 위배된다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평준화를 사수하겠다고 대학입시제도까지 억지로 꼬아놓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개발원(KEDI)은 평준화 지역의 학생들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학업성취도가 더 높고, 그래서 국제 비교평가에서도 우리나라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통계청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일부 기관은 평준화로 학생들의 학력이 오히려 떨어져 ‘고교평준화는 하향평준화’라고 단정 짓고 있다.
물론 요즘처럼 객관식 ‘찍기 평가’에 익숙한 학생들의 학력을 근거로 평준화 시대와 비평준화 시대를 객관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식의 양과 질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 시대, 더구나 대부분의 평준화 지역이 대도시에 몰려있는 현실에서 양 지역 간의 학력을 정확히 비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평준화 정책의 초기에는 정부의 의도대로 어느 정도 효력을 발생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서서히 그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과거의 고질병이 재발된 것은 물론 신종 불치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억지로 꼬아놓은 입시제도 덕분에 학생들은 혼란에 빠지고 사교육비 지출만 엄청나게 늘고 결국에는 ‘교육양극화’를 초래하고 말았다.
사교육이 열병처럼 나라를 뒤덮고 강남에 명문학원이 몰려있다는 이유로 8학군병이 생겨 땅값, 아파트 값이 뛰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경쟁적으로 고액 과외비를 내기 위하여 기꺼이 학부모가 줄을 서는 세상, 그런 면에서 ‘사교육공화국’의 일등공신은 단연 평준화 정책이다.
수월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인 평준화 정책은 ‘천재와 바보는 백지 한 장 차이’로 만들면서 교사에게서 자율권까지 박탈함으로써 결국 학생이나 교사 모두를 피폐화시킨 온상이 되고 말았다. 지금 한국교육은 교원단체, 시민단체, 학부모 간의 이전투구로 얼룩지면서 병들어가고 있다. 결국 잡초 없애겠다고 제초제를 살포해 멀쩡한 자연환경만 오염시킨 격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육현장은 환경만 오염시킨 제초제를 해독시킬 ‘극약처방’이 절실한 때다. 이제라도 ‘무늬만 평준화’인 현 제도를 어떤 식으로든 개선하고 보완함으로써 양극화로 찢기며 죽어가는 공교육을 되살려야 한다. 그것만이 세계 속에서 한국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