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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은 헤드십보다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선생님, 가을을 즐겨야 하는데 여름장마처럼 가을장마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짜증나지 않습니까? 이번 주말까지 궂은 날씨가 계속 된다고 하니 인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을을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면서 참고 인내해야 합니다. 다른 도리가 없잖아요. 그래도 날씨가 시원해 수업하기는 좋지 않습니까?

방학 전인듯 싶습니다. 어느 신문 닷컴에서 리더십(Leadership)과 헤드십(Headship)에 관한 글을 읽어보았는데 ‘곳곳에 리더십(Leadership)은 사라지고 헤드십(Headship)만 난무하고 있다고 하면서 리더십은 구성원의 자발적인 동의를 중시하지만, 헤드십은 “내가 CEO니까”라며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사안도 자기 뜻대로 밀어붙여 회사는 분열만 한다’고 하였습니다.

국가든 회사든 학교든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됩니다. 혹시 내가 맡고 있는 학급 학생들에게 내가 수업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선생이니까’ ‘내가 담임이니까’ 그리고 ‘너희들은 배우는 학생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자만에 빠져 학생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담임 뜻대로 선생님의 뜻대로 밀어붙여 학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해 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나의 리더십 때문이 아니라 헤드십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읽은 신문 닷컴에서는 리더십과 헤드십의 중요한 차이는 ‘섬김의 정신’에 있으며 구성원을 섬기고 이해하고 받아주며, 반대자까지 포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있다는 것입니다. 섬김의 정신이 있으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되고 섬김을 받으려 하고 제압하려 하고 밀어붙이려 하는 것은 헤드십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학교생활을 할 때 어떤 선생님은 과거가 현재보다 더 행복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선생님은 과거보다 현재가 더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거가 행복했던 선생님은 과거에 교육적 사명을 위하여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살았기 때문일 것이고 과거보다 현재가 행복한 선생님은 지금 현재 교육적 사명을 위하여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의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이 밑바탕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섬긴다는 것은 결국 선생님의 자리가 아닌 학생의 자리에서 학생들을 대한다는 의미 아닙니까? 이렇게 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런 정신으로 학급관리를 하게 된다면 그 구성원은 모두 오히려 담임선생님을 높이고 존중하고 따르게 될 것 아니겠습니까?

과거 모 그룹에서 35세에 사장이 된 어느 CEO는 처음 회의 때 60대 임원들이 몸은 자기 쪽을 향해 있는데 얼굴은 반대 방향을 향해 있자, 당장 갈아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섬김의 리더십으로 1년을 봉사하는 자세로 지냈더니, 이후 그분들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고 합니다.

짐 콜린스(Jim Collins)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위대한 기업에는 카리스마적인 리더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수줍음이 많지만 구성원을 위해 섬기고 배려하는 리더가 위대한 기업을 만든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학급을 관리하는 선생님들도 말의 위엄과 권위의 헤드십보다 강압적인 자세보다 부드러운 자세로, 강력한 카리스마로 학생을 이끌기보다 배려하며 섬기는 리더십을 가지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인정하게 되고 선생님의 영향력 아래에서 학생들도 반듯하게 성장하게 될 것이고 학급도 잘 운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란한 말솜씨와 머리로 학생들을 휘어잡아 끌고가려는 헤드십보다 섬김과 배려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리더십이 학급에서는 더 요구됩니다. 그런 선생님을 학생들은 더 원합니다.

학생들은 선생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헤드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다 압니다. 그리고 헤드십을 발휘하고 있다면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안색이 변합니다. 몸이 굳어집니다. 따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면 학생들은 순해집니다. 따라옵니다. 얼굴이 밝아집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학생만큼이나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바로 쳐다봅니다. 내려보지 않습니다. 우러러 보게 됩니다.

성공한 그룹의 회장들은 몸을 낮춘다고 합니다. 자신이 샐러리맨 시절에 알았던 ‘더디게 가는 사람’을 지금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대하려고 애쓴다고 합니다. 밥 사주는 자리에도 먼저 나가 기다릴 때가 많다고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티를 안 낸다고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도 이제 학생들에게 몸을 낮춰야 합니다. 학생들을 처음 만나 다정스럽게 대할 때처럼 계속 그렇게 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학생과의 약속에도 먼저 나가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티를 내지 않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섬김과 배려의 리더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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