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수능고사 성적공개’ 판결에 대하여 교육부가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법원의 판결이 ‘고교 서열화’를 부추길 결정이라며 판결 주문이 도착하기를 기다려 항소키로 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성적 공개를 늦춰보려는 의도로 엿보인다. 교육부의 항소에 따라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끝까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교육부의 이런 태도는 한 마디로 ‘한입으로 두말(一口二言)’ 하는 실로 떳떳치 못하고 부끄러운 행태다.
최근 교원의 79.7%가 반대하고 찬성은 16.2%에 불과한 의견을 무시하고 고교의 시험문제를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교육부다. 더욱이 교원의 평가권과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를 우려해 시험정보 공개의무화 반대하는 주장을 두고 ‘집단 이기주의’라고 몰아 세웠던 장본인이다.
교육부는 더 이상 궁색한 변명으로 수능성적 공개를 반대하면 안 된다. 마땅히 법원의 수능성적 공개 판결에 대한 항소도 취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는 강제로 학교 시험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라는 결정을 스스로 ‘잘못’이라고 시인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이번 성적공개 판결에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능성적 공개는 현행 중등교육의 핵심인 ‘고교평준화’와 그 평준화 교육을 위하여 억지로 뒤틀어 마련한 ‘2008년도 새 대입제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 같은 주장은 한 마디로 학교별 성적이 공개될 경우 자기들이 종교처럼 맹신하는 평준화 정책의 모순이 드러나 이에 대한 비판이 두려운 것이다. 수능성적은 출신고교별ㆍ지역별 학력 격차는 물론 평준화 또는 비평준화 지역 간 학력 격차도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면 평준화 정책의 틀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육부의 우려는 정부의 현행 교육정책에 허구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성적만 공개되어도 흔들릴 ‘허약한’ 것이 바로 ‘평준화 교육’ 정책이다. 외고를 ‘경쟁을 부추기고 평준화를 깨는’ 학교로 단정하고 평준화를 사수하겠다고 대학입시제도까지 억지로 꼬아놓고 있는 것이 교육부다.
정부는 그동안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 간 학력차 등 교육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수월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등’이라는 가면을 쓰고 무리하게 ‘평준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법원의 수능성적 공개 판결을 계기로 중등교육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만약 성적 공개로 인하여 고집스럽게 유지되고 있는 평준화 정책에 대한 모순과 허구성이 드러난다면 당연히 이를 현실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면 되는 것이지 무조건 반대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다.
물론 “과열된 국내 입시 현실을 감안할 때 수능성적 공개는 학교 교육이 입시 위주로 더욱 쏠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기회에 인위적인 ‘평준화’가 얼마나 불평등한 정책이었는지, 교사의 자율권 박탈로 공교육 현장이 얼마나 피폐화되었는지 밝혀진다면 그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 간 학력격차나 차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의 위기라고만 볼 게 아니라 교육의 질적 변화를 위해 경직된 인위적인 평준화 정책 을 보완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