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엠파스 사회란 기사에 지난 15일 고려대 인문과학대 교수 121명이 ‘인문학 선언’을 한 데 이어 오는 26일 전국 80개대 인문대학장 명의의 공동선언문 발표가 예고되면서 인문학의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인문학의 위기는 실용주의 학문을 중시하는 사회풍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 3의 물결”에서 지식 자본이 곧 제3의 물결이라고 했듯이, 20세기 실용주의 학문이 인본주의 지식을 뒤엎고 실용적 가치만을 추구함에 따라 옛 선비들의 꼿꼿한 의를 지켜가던 그 인문학은 빛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그로 인해 현장 학교 교육에서도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갈 필요한 과목만 공부하면 된다는 사고가 지배함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에 파행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3 수업 자율학습 부채질
2006년 9월 21일 모 일간지에 “고교 ‘수학’ 사라지나…학교에서 안 가르쳐요”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는 이미 일선 학교에서는 보편화된 사실로 알려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학을 배우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많은데 굳이 어렵고 배우기 힘든 과목을 공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학생들의 답이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학을 하지 않고서도 대학에서 수학 능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느냐이다.
그런데 자연이공계열을 선택하는 학생조차도 수학 “가”형을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문과생이 선택하는 “나”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단은 쉬운 과목을 배워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학생들의 안이한 사고방식은 교육부의 정책적 오류인지 아니면 실용적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의 파렴치한 가치관의 전도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고3 학년의 교육과정에는 여러 가지로 고쳐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이 보인다. 과탐(사탐) 이 특히 문제다. 많은 과목을 입시에 필요하다고는 하나 학교의 현실은 그 많은 학과를 다 충족시킬 교사 부족과 소수의 학생들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가 문제다. 고교를 대학자율로 하는 과목 선택제를 도입하게 되면 교사를 지역적으로 묶는 이동식 교사 파견제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과탐(사탐)의 경우 여러 과목 교사가 한 학교에 있을 수 없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할당된 교사들이 각 학교를 순회하면서 강의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대학입시 과목 외는 수업에 대한 무관심이 심화될 소지가 있다.
안빈낙도를 추구하는 선비정신이 아쉽다
고3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소신있는 공부를 하는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 시대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우선 고등학생들은 취업이 잘되는 곳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삶이 우선시되지 않을 수 없으나 그래도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 나아가려는 소신있는 옛 선비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안빈낙도를 추구하면서도 고고한 선비정신을 지켜가던 옛 선인들이 오늘날 물질주의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비춰지는 것일까? 부(富)를 쫓아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부를 살려가는 EQ를 찾지 못해 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놀부 심보를 면하기 어려울 때가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