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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논술 면접 강화, 사교육에 날개 달아준 격

최근 대학 입학처장들이 모여 2008학년도 전형에서 논술시험과 구술 면접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대가 현재 각각 10%였던 논술과 심층면접의 비율을 30%, 2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당락을 좌우하게 될 논술 때문에 당황하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 초등학생들까지 독서논술학원으로 몰려가고 있다. 비중 높은 통합논술이 특정 과목에서만 출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학, 역사, 철학, 과학 등의 각 분야를 일찍부터 두루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황하기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주요대 논술 수준이라면 나도 자신이 없다”며 현역교사들이 학원 강사에게 논술강의를 듣는가 하면 논술학원에서 단체 강의를 듣게 하는 학교까지 생기는 등 난리법석이다. 단기간 연수로 논술 지도 능력이 얼마나 함양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래저래 논술학원 등 사교육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 되고 말았다.

‘지나친’ 과열 경쟁을 없애 학생․학부모를 시험에서 해방시키겠다면서 더 큰 경쟁과 갈등 요인을 생산해 내는 정부의 ‘엇박자’ 교육제도는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나 격’이다. 여기에다 논술이 학생부나 수능에 비해 비율 자체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동점자를 변별하는 보조적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고 변명하는 대학도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국민을 속이는 실로 교활한 태도다.

물론 논술의 가치를 경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통합 성격을 띤 논술은 표현력, 사고력,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는 중요한 영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붕어빵식’ 평준화 체제에서 ‘찍기 평가’에 길들여진 교육의 체질을 개선해 보려는 순수한 뜻에서 논술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이는 더 없이 훌륭한 생각이다. 그러나 대학의 변명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학이 이의 비중을 높이려는 데는 다른 속셈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예고된 새 대학입시제도 하에서는 특정대학, 인기학과의 정원은 한정돼 있는 반면 내신의 실질 반영비율이 낮고 수증점수 등급에 변별력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즉,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비슷한 수준의 지원자들끼리 몰리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수능 등급을 반영한 내신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라고 윽박만 지르고 있으니 대학이 입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묘수를 찾게 되는 것, 바로 특성 있는 통합논술 문제를 출제하고 난이도 높이는 길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논술과 심층면접의 비중을 높이는 것을 두고 대학 측은 “본고사 부활은 결코 아니다”라고 변명하지만 이게 본고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실상의 본고사임이 틀림없다.

역대 정부의 발표만 그대로 믿고 있다가 입시에서 낭패를 봤던 것은 학생, 학부모뿐만이 아니라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는 ‘고교평준화’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 비중을 크게 높이도록 한 것도 ‘평준화’를 내세워 학원 등 사교육으로 기운 교육의 중심을 학교로 되돌려 놓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정부의 미숙함 때문에 이제 학생들은 ‘내신은 학교에서, 수능과 논술은 학원에서’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본래 경쟁사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경쟁 시스템이 불가피한 법이다.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공교육이 대학 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상황이 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평준화’라는 틀을 억지로 밀어붙이려고 변별력이 없는 자료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라는 제도가 근본적으로 문제인 것이다.

2008학년도 새 대학입시제도는 다급한 교육부의 ‘거짓말’과 교활한 대학의 ‘편법입시’로 얼룩질 것이 뻔하다. 그 와중에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 몫이 될 것이고 공교육의 신뢰를 그만큼 더 추락시킬 형편이다. 결국 현실 인식이 무지한 정부를 믿고 따랐다가는 어떤 낭패를 만날지 몰라 방황하는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 그리고 대학이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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