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교복 착용을 엄격히 금지해 왔던 독일에서 최근 종교적 차이로 인한 갈등과 빈부 차에 따른 위화감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해법으로 교복을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물론 독일에서의 교복 착용에 대한 찬반논쟁은 분분하다. 찬성 측은 정부의 기대와 같이 학생들 간의 위화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교원노조나 일부 정당 등은 자신들의 개성을 나타낼 권리가 있는 청소년들이 나치시절의 잔재인 교복 착용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다양성을 말살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많은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교복착용 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자율성이 크게 존중되는 독일에서에서의 이런 교복 논쟁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과거 까까머리에 스탠드칼라인 남학생 교복, 단발머리에 짧고 허리 잘록한 상의와 하얗게 풀 먹인 칼라 차림의 여학생 교복은 40대 이상 기성세대에게 학창시절을 기억케 하는 아이콘이다.
당시 우리나라 교복은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시작, 그 표상이었다. 학생이기에 입을 수 있었던 교복은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겪으면서 기성세대에게 많은 애환을 담고 있다. 생애 첫 맞춤복은 당연히 교복이었고 새 교복을 입고 치렀던 중고등학교 입학식에 대한 설렘 또한 당연히 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복은 학생들의 반발 대상이 되어 한 때는 졸업식장에서 교복에 밀가루와 날계란을 던지고 칼로 찢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 생활지도에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결국 교복 착용과 두발 제한은 일제의 잔재에 불과하다는 각계의 의견에 밀려 이전과 같은 강제성은 사라진 교복자율화가 실시되었다.
그 후 무엇보다도 생활지도 문제의 발생으로 교육계에서도 그 필요성을 실감함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서 교복 착용은 또다시 대세가 된다. 이렇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교복이 오랫동안 학생의 공식적인 정장 역할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학생들은 교복을 두발규제와 함께 자신들을 부자유하게 얽매고 개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타도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독일에서의 찬반 논쟁과 같이 우리도 요즘 학생들에게 꼭 교복을 입혀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두발규제와 함께 결론을 내리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과거 한 때는 한 번 입어보는 게 소원 이었다는 교복, 이제는 청소년들을 ‘책임 없고 미성숙한 존재’로 취급받는 교복이나 두발규제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새롭게 재정립되어야 할 차례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