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9일 모 방송국 뉴스에 초등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초등학생들이 영어 공부에 지나치게 매달려 국어 공부에 소홀히 하게 된 결과라고 단언했다. 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초등학생들의 머리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국어보다는 외국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는 국어를 아예 포기하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은 국어가 필수지만, 자연이공계열 학생들에게는 선택에 지나지 않다. 국어 과목을 입시과목에 필수과목으로 선정한 대학교가 소수요, 선택과목으로 한 학교가 부지기수라는 데 자연이공계열 학생들에게는 국어를 포기하게끔 하고 있다.
국어 능력은 교육과정의 체계를 통해서
국사 과목이 대수능에서 필수로 선정된 대학이 소수요, 선택으로 선정된 대학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학생들도 따분하고 복잡한 국사를 선택하기보다는 쉽고도 공부하기 편한 다른 사회 과목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짙다. 국어도 마찬가지다. 국어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자연이공계열 학생들에게 선택으로 되어 있어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어를 선택하지 않으니 국어 시간에 다른 입시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고 학생과 교사 사이에 갈등이 빗어질 때도 있다. 학생은 불필요한 과목을 자꾸만 들으라고 하니 짜증을 내고 교사는 정규 수업 시간이니 국어책을 수업 시간에 준비하라고 지도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아닌 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데 국사를 깊이 있게 배우면 배울수록 좋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많이 배운다고 국주주의로 치우쳐 세계화, 국제화로 치닫는 오늘의 세계에 부적응을 염려하는 비극 때문일까? 국어 과목도 이와 같은 수준에서 볼 때 인문·자연계통 할 것 없이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바람직한 정체성 확립에 도움이 되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어휘 능력은 다른 외국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첩경이 아닐까? 수학은 어떠한가? 인문계의 경우 '수학Ⅰ'과목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학생들에게 필수과목으로 돼 있지 않아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이과의 경우 ‘수학Ⅱ’과목이 필수로 지정돼 있지 않아 오히려 ‘수학Ⅰ’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참으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부족하여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인문·자연 어느 계통이든지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교과과정이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을 때 학생들은 정상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외국어 학습은 바른 국어 정신에서부터
프랑스 소설 알퐁소 도데가 지은 마지막 수업(The last class)에서도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국어 정신의 소홀은 궁극적으로 좋은 외국어를 구사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 한국인이 한국인으로서 많은 어휘를 구사할 수 없다면 외국어를 많이 배운들 우리의 문화에 어울리는 외국어 구사력보다는 다른 나라 역사에 맞는 언어를 잘 구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국어와 국어 정신에 대한 투철한 바탕은 곧 외국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