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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전쟁 나면 어떡해요?"

9일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하여 발걸음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교실이었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긴 추석 연휴로 인한 후유증 탓인지 많이 지쳐 보였다. 그리고 몇 명의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연휴기간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하였다.

아이들의 출결을 점검하고 난 뒤, 교실을 빠져 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 반 여학생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손에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선생님, 이거 어머니께서 갖다 드리래요."
"그래? 그런데 이게 무엇이니?"

그 아이는 멋쩍은 듯 내 말에 대답대신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인사를 꾸벅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그 아이가 건네 준 봉지 안에는 집에서 손수 만든 듯한 오색의 송편이 들어있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감돌았다. 한편으로 예전에 느끼지 못한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3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자 많은 선생님들이 북한 핵실험에 관한 뉴스 특보를 시청하고 있었다. TV를 시청하고 있는 선생님 대부분의 얼굴 표정이 여느 때와 달리 진지해 보였다. 그리고 한결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4교시 영어시간. 수업 종이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교실은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다소 어수선하였다. 아이들 또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 분위기에 동요됨이 없이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난 뒤 수업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한 녀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도 알고 계시죠?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을요. 혹시 한반도에 전쟁이 나는 건 아니겠죠?"

녀석의 '전쟁'이라는 말에 조용해진 교실 분위기가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떤 여학생은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며 옆에 있는 친구를 껴안기까지 하였다. 짓궂은 한 녀석은 책가방을 챙기며 집에 가려는 시늉까지 하기도 하였다. 또한 한 여학생은 전쟁이 나면 다음 주부터 실시되는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농담조로 질문을 하였다.

"선생님, 전쟁이 나면 중간고사 시험은 어떡해요?"

잠깐 동안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라도 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선 아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제야 아이들은 내 말을 이해한 듯 조용히 책을 펴기 시작하였다.

긴 추석연휴를 끝내고 학교로 돌아와 새로운 마음 자세로 학업에 임하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북한의 핵실험은 결국 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으나 그간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 막연히 알고 지내 온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 것만은 분명한 듯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잠깐의 동요는 있었으나 국가가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 깨닫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특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에 아이들은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제일 우선으로 꼽아 공감을 이루기도 하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
☯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 에너지를 절약한다.
☯ 국산품을 애용한다.
☯ 역사를 바로 안다.
☯ 이기심을 버린다.
☯ 법을 준수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이런 마음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영원하리라 본다. 아무튼 우리 아이들이 동족상잔의 비극인 제2의 한국 전쟁을 겪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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