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부터 교원평가제 전면 실시”, 지난 금요일(20일) 교육부가 삼청동 교원소청심사 소위원회에서 발표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안’의 핵심이다. 이 자리에는 직접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원 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명칭은 공청회였지만 사실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예상했던 대로 회의 시작과 더불어 단상 점거 등 극단적 대치 양상으로 치달았다.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자리에서 대화는 실종되고 삿대질과 고성만이 오갔다.
“2008학년도부터 주요대학 통합논술 실시”, 바로 몇 시간 전에 ‘교원평가 실시’라는 메가톤급 태풍이 교육계를 강타했지만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총 소회의실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새로운 대입제도의 핵심으로 떠오른 통합논술에 대비하기 위하여 현장의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삼청동 공청회에서 막 돌아온 한국교총 이원희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함께 세미나에 참여했던 분들은 대부분 초면이었지만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의사를 개진했다. 통합논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대학의 입장과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점에서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고교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으나 통합논술이 정체 상태에 빠진 우리 교육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토론자들은 일단 동일 선상에서 출발한 통합논술이 사교육에 주도권을 빼앗기기 전에 공교육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제의 성격상 결론을 가시화할 수는 없었으나 이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중인 학교의 사례를 적극 소개하거나 교사들의 논술지도 능력 강화를 위한 연수 기회 확대 등 학생이나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고 또 현장 교사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시종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세미나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며 저녁 식사 자리로 이어지며 논의가 계속되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회의실에서 있었던 조그만 의견 차이는 어느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의 고뇌를 이해하고, 교수님들은 고교교육이 처한 현실을 감안하여 문제출제에 좀더 신중을 기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 물론 이분들이 대표성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선입견을 배제하고 대화하면 얼마든지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막차 시간이 가까워졌다. 다음 모임을 기약하고 가까스로 터미널에 도착하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버스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마침 화면에는 낮에 있었던 교육부 공청회 장면이 소개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싸워도 말려야할 분들이 오히려 밀고 당기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으니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괜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교육이 북핵 못지않게 국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자녀를 둔 가정마다 교육비로 등골이 휠 지경이고 걸핏하면 바뀌는 입시제도로 인하여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현장 교사들의 사기 저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버릇없는 아이들이 늘어가지만 소신을 갖고 이를 바로잡는 교사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무릇 교육은 대화와 타협을 가르치는 그릇이라 했으나 극단적인 불신과 물리적 충돌로 끝난 난장판 공청회는 우리 교육의 아픈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며 보기싫은 흉터로 남게 되었다. 공청회를 다녀온 이원희 수석부회장의 자조섞인 한탄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수능시험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부하느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