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되는 2008학년도 입시제도로 인하여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교육부는 내신의 비중이 높아짐으로써 상대적으로 사교육의 비중이 축소되리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허수가 반영된 내신반영률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는 내신제도가 근본적으로 지역간, 학교간 격차라는 모순을 안고 있어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대학을 평준화시키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런 면에서 실력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대학 나름의 고뇌를 일정 부분 이해할 필요도 있다. 어찌됐든 대학들은 교육부의 권고대로 ‘3불(不)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년 입시부터 내신반영률을 50%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멍석을 깔았다.
문제는 내신 비중이 높아도 실질반영률이 미흡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7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의 내신 반영률은 표면적으로는 40%에 달했으나 실질 반영률은 고작 2.28%에 그치는 등 수도권 주요대학의 실질반영률은 9.4%로 2006학년도의 10.2%에 비해 오히려 하락했다. 게다가 수험생들이 대학에 따라 일정 수준의 내신을 갖춰 지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내신의 영향력은 1~2%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내년부터는 핵심적인 전형 요소였던 수능이 등급화됨으로써 변별력이 크게 약화된다. 전국에서 60만명이 수능시험을 치른다고 가정할 때, 한 영역에서 1등급(4%)을 받는 수험생은 무려 2만 4천명에 달한다. 내신도 수능과 마찬가지로 등급화된다. 이에 따라 수능과 내신이 수험생들의 실력을 포괄적으로 구분할 수는 있으나 세밀하게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학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학별고사(통합논술 등)의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이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을 살펴보면 역시 통합논술이 결정적인 전형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주로 2학기에 선발하는 수시모집은 통합논술의 반영 비율이 평균 30%에 달하고, 정시모집에서도 10%가 넘는다. 이를 분석해보면 사실상 내신의 의미는 없고 통합논술 한 가지만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내신 반영률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있고, 통합논술은 실질반영률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여전히 내신이 2008학년도 대입전형의 주요 변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교육당국이 주장하는 내신은 전국의 200개 대학의 입시안을 통틀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내신 한 가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도 부지기수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원자가 없어 미달 사태(100여개 대학)를 빚거나 정원을 가까스로 채우는 대학(50여개 대학)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주장은 현실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한 상위 50여개 대학은 2008학년도 입시부터 자연계를 포함하여 통합논술을 새로 도입하거나 그 비중을 대폭 높인다. 물론 대학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을 굳이 탓할 필요는 없다. 다만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내신을 두고 학생들끼리 책이나 노트를 숨기는 등 비정상적인 경쟁에 휩싸이거나 학부모들이 과다한 교육비를 지출하면서까지 사교육에 의지하려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교육당국은 내신반영률의 이면에 담긴 실상을 정확히 공개하고 비중이 높아진 통합논술을 공교육의 울타리로 끌어들이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