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6일 mbc 9시 뉴스에서 일본의 모 고등학교에서 3학년이 세계사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이수한 것으로 거짓 보고한 것이 발각되어 일본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의 경우도 경향신문 10월 16~25일 보도, ‘교육보고서-한국의 고3’에 의하면, 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을 3학년 1학기로 완결하거나 3학년 2학기 수업 시간을 감축해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또 학교장 재량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은 수업 시간을 늘리고 시험을 치르지 않는 과목은 수업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고 한다. 사실 일본의 고3 과정 운영이나 한국의 고3 교육 과정 운영이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것은 엇비슷해 보인다.
고3 교실은 학원의 축소판
고3 학년이 되면 무엇보다도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교사나 학생이나 누구 할 것 없이 경마식 교육이라는 누명을 무릅쓰고서라도 학생 개개인의 인간적인 면을 따지기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여 진학 지도를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모든 교사가 우수한 학생에게만 관심을 두고 진학 지도에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의 학교 교육 과정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음을 한탄할 뿐이다.
지방 대학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릿수를 채우는데 더 비상한 관심을 두고 있는 실정이고, 서울과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판이하게 드러나 보인다. 그에 반해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고3 학년에게 교육 과정에 있는 과목대로 가르치라고 하면 아마도 학부모와 학생은 수업을 듣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집단 아우성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그러기에 고3 학생들은 교과서는 교과서대로 학교에서 구입하고 그것은 배우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당장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에 맞추어 시험 문제지를 구입해 풀어보는 연습을 해야 우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교과서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문제집부터 다루기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의 교과목에서 일어나고 있는 추세다.
방과후학교 시간에는 사탐(과탐)과목이 문제다. 3학년 때 교과서를 새로 배우는 경우는 방과후학교 시간에는 교과서 진도에 상관없이 문제를 풀어 나간다. 총론도 다루기 전에 각론으로 들어가 진도를 나가는 꼴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런 식의 학원식 강의를 오히려 선호하는 편이다. 가정에서 개인 과외를 받는 학생도, 학원에서 종합반이나 단과반에서 여러 과목을 공부한 학생들에게도, 이런 강의가 오히려 몸에 익숙돼 있는 편이다.
그러기에 교과 시간에 진도를 나가는 것에는 관심도 없는 경우가 있다. 또 듣기 싫은 과목도 들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진학에 필요한 과목 공부를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데도 자신과 무관한 과목이 교육 과정에 있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고 들으면서 불만을 표출하는 등 모순된 교육 과정이 서로를 피로하게 한다.
3학년 2학기는 감축 수업돼야
현실적으로 고3 학년 대수능이 끝나면 사실 수업은 별 의미 없이 유야무야 되고 만다. 따라서 고3 2학기 수업을 감축하는 대신 남아도는 시간은 중 3학년 학생들의 선수학습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오히려 중학생은 고등학교에 체제에 빨리 적응하게 되어 입학을 하고 바로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 체제로 돌입할 수 있다. 지금 각 대학이 수시 합격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학생들의 무의미한 시간을 유효적절하게 보내고 있는 것처럼 시행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