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초등교사 임용 대란은 교육당국의 몇 년 앞도 못 보는 ‘무책임한’ 교육정책의 한 단면이다. 김대중 정부의 이해찬 전 교육부총리 시절 교원 정년을 무리하게 단축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이런 대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대책 없는 '속임수' 교원수급 정책 시행 즉시 나타난 초등교사 부족난, 놀란 정부가 급하게 쏟아낸 부실 충원대책이 이번에는 정반대의 공급 과잉으로 나타난 것이다. 급히 먹은 밥이 제대로 소화될 리 없다.
교육부의 전문상담교사 정책 또한 이와 닮은꼴 정책이다. 지난 해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2009년까지 3천 2백 명의 전문상담교사를 양성하여 임용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교육부의 발표만 믿고 전국의 대학에서 앞 다투어 전문상담교사 2급 양성과정을 개설하자 교원자격을 꿈꾸는 수많은 학생이 몰렸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로 인해 제2의 ‘임용 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양성’과 ‘임용’은 별개라는 교육부의 무책임한 교원수급 정책이 공수표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교육부총리가 성급하게 전문상담교사 양성 임용 계획을 발표했을 때 당장 상담교사보다 수업담당 교사가 필요한 학교 현장에서 그 실효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당위성이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예산 확보는 물론 정부 부처간에도 첨예한 교원 수급 정책과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훨씬 오래 전부터 전국대학의 대학원 과정을 통해 현직교사들에게 전문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따도록 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는 갑자기 2008학년도부터는 이 과정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양성만 하고 임용은 없는’ 전문상담교사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그야말로 ‘말뿐인, 계획뿐인’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학교는 교육청에 배치되어 학교를 순회하는 상담자원봉사자가 한 달에 두 번 내교하여 상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고작 3~4명 정도의 학생이 상담을 받으며 방문 횟수마저 적어 개인 상담의 연계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평소 교감이 없던 낯선(?) 상담자원봉사자가 지나치게 학생들을 호의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상담 기능이 더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교사들은 이 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문상담교사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1,500 여 명의 학생이 재학하는 상황에서 한 달에 고작 두 번 방문으로 전문상담교사의 역할 수행이나 그 실효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물론 상담 학생이 적다고 해서 전문상담교사 배치가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효과가 없지 않다'고 해서 이런 제도를 묵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실제로 학생부 교사나 담임교사들이 상담자원봉사자의 배치가 업무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상담업무 담당교사는 실질적인 효율성에 비해 상담일지 실적 정리 등 부수적인 업무만 늘어났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임시방편으로 교육청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거나 무분별한 전문상담교사의 양성 임용 계획 발표에 앞서 수업담당 교사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주당 수업시수를 줄이거나 학급당 인원수를 OECD 수준으로 줄여 교사의 업무를 줄이면 학생 상담과 개별지도는 자연히 이루어 질 수 있음을 정부는 먼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