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려 중부지방에도 눈까지 내려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는 이즈음 선배님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등산과 서도로 건강하게 세월을 보내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있습니다만 이제 연세가 많으시니 걱정이 은근히 됩니다. ‘옛날 어른들이 밤새 안녕하십니까?’ 인사하시던 말이 이제 생각해 보니 매우 사려 깊은 인사말이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아마 저도 나이가 만만치 않게 되었나 봅니다.
선배님! 오늘은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교육현장에서 애타게 갈망하던 수석교사제가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이 된다고 합니다. 수석교사제가 이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25년이나 기나긴 시간이 지난 이제야 말입니다. 조금만 일찍 시행이 되었더라면 선배님 같이 훌륭한 선생님들도 40여 년을 교단에서 2세 교육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을 하시고 승진 못하였다는 무능한 사람으로 쓸쓸이 교단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였던 일이 바로 평생을 평교사로 학생교육을 위해 불사르고 쓸쓸이 떠나시는 선배님들을 볼 때 마다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퇴임하시면서 저에게 주신 선배님의 조그만 정년퇴임 기념 문집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학생지도를 하시면서 희노애락의 모든 족적들을 남기시고, 떠나시는 것이 아쉬워 주위의 친지들에게 주셨던 퇴임문집은 저희 후배들이 살아가는데 많은 교훈과 사도의 길을 실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교육을 위해 해마다 방학이면 무료로 서예지도와 봉사활동을 일관하셨고, 방과 후에는 부진아 지도 및 특기적성 지도로 쉴 틈 없이 생활하셨던 선생님은 우리 후배들의 귀감이 되셨던 분이셨습니다.
제가 시골학교에서 이곳 대전으로 부임을 해 왔을 때, 선생님은 연구주임으로 업무를 보고 계셨습니다. 학교행사 때와 특히 수업공개 할 때는 너무나 멋진 진행으로 늘 감탄을 자아내게 하셨습니다. 우리 학년 수업 공개할 때 제가 시범수업을 하게 되어 실수하였던 일은 지금도 등에 진땀이 흐릅니다. 제가 소심한데다가 여러 사람 앞에서 수업을 공개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이 되었던지, 수업시간에 너무 긴장하여 학생도 안보이고 참관하는 선생님들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수업공개를 하여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낙담을 하고 있을 때, 수업협의회 시간에 저에게 용기를 주시며, 교육은 종합예술이기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실한 교사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얼마나 멋지게 잘 마무리을 해 주셨습니까?
선배님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항상 있었기에 젊은 후배 선생님들이 생활지도나 학급경영 및 수업지도 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항상 사랑으로 감싸주게 되는 것은 바로 선배님의 한결 같은 후배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제가 선배님은 승진에 관심이 없느냐고 물으면 “선생이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면 되는 것이지 무슨 승진이야?” 하시다가 퇴임을 하실 때 쯤 작은 학교로 인사이동이 되어 떠나시면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아마 술이 취해서 취중이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아우님은 나같이 살지는 말라”며 귓속말을 건네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40여 년의 교직생활에서 마지막 조그만 학교에 부임하여 학생교육과 업무과다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곧 밝고 명랑한 생활을 하시던 선배님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나 이제 교실 현장에서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예우해 주는 수석교사제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아무리 세상이 어렵다고하나 제자리를 찾을 것은 찾게 된다는 이치를 깨닫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국민의 정부 시대에 정부는 경력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교원정년 단축 정책을 감행하여 훌륭한 선배님들이 교단을 떠나게 되어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모릅니다. 교육은 그야말로 지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지혜(경륜)와 정성과 사랑으로 가르쳐야 함을 모르지는 않을 진데, 국민들에게 경력이 쌓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교원들은 무능하다는 황당한 논리로 각인시켰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원래 전문직은 경륜이 쌓일수록 더 존경받고 존중받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또 수석교사제는 직위이지 직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교단에 계급화를 조장한다며 반대논리를 펴면서 “교직사회가 계급화 된다.” “수석교사로 승진 못하는 교사들이 상실감에 빠진다.” “예산 낭비다.”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수석교사제를 도입한다고 교직사회가 계급화 되거나, 교사들이 상실감에 빠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대학 교수의 직위가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 등으로 나뉘어 있다고 해서, 이를 계급화 되어 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논리가 허구임을 모든 교원들은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교육의 경쟁력은 교실현장의 수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석교사제는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선배님! 이제 평생을 2세 교육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신 분들이 나라와 사회에서 인증을 해 주는 수석교사제 시행으로 떠나시는 분들의 뒷모습이 쓸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훌륭한 사도이면서 승진 못하시고 떠나셨던 선배님들께 삼가 알립니다. 25년의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수석교사제가 2007년 9월부터 시범운영 후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합니다. 이제 교육이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수업과 학생지도에 탁월한 우수 교원을 양성하는데도 일조할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수석교사의 역할, 자격, 지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모형을 의견을 수렴하고 정립하여 법제화 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 생각을 해보니 지난 3월에 대전시교육청 강당에서 교육혁신위원회 교원승진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하여 ‘수석교사제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그때에는 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였지만 교육현장에서 학생교육을 위해 너무 열심히 하시고도 승진을 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열변을 토하지 않았는가 생각을 해 봅니다만 거기에는 쓸쓸이 퇴임을 하시는 선배님들의 모습이 항상 뇌리에 잠재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선배님들도 때늦기는 하였지만 수석교사제 법제화를 모두 환영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 나이가 들수록 환절기가 가장 건강관리에 어렵다고 합니다. 선배님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움이 함께하시길 두 손 모아 빌어드립니다. 이제 한국의 교육과 후배들은 걱정 너무 하지 마세요. 교육이 바로서고 앞으로 더욱 잘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민족입니까?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가장 두뇌가 뛰어난 명석한 민족이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교육의 앞날은 무궁한 발전과 영광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슴에 담고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