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에서 ‘누군가의 눈치를 살핀다.’는 말이 ‘자기 주견 없이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그 의미가 부정적이어서 경계해야 할 처세방식이라 할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남과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 ‘함께 하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인격적 배려와 존중을 기울이는 노력’의 하나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 긍정적 의미 또한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 계시는 우리 선생님들은 과연 누구 눈치를 살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눈치를 살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권위를 앞세우는 교장도 아니며, 치맛바람 앞세우는 학부모는 더욱 아닐 것이며 바로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라 할 수 있다. 말똥말똥 눈을 반짝이며 사랑과 배움의 열망에 사로잡힌 아이들 하나하나, 그 존재의 소중함을 인정하고 그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깊이 헤아리면서 한 사람의 온전한 인격체로 대해 주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전제라고 할 수 있으며 교사의 마땅한 책무이기도 하다.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하루가 다르게 거듭하는 아이들을 한없이 미숙한 철부지들로만 치부한 나머지 ‘저 어린 것들이 무엇을 알겠어?’라고 생각하여, 아이들을 함부로 대한다면 그 어떤 선의의 목적을 지닌 것이라 할지라도 반발은 필연적이며 교육적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없다. 두발 및 복장의 자율화를 둘러싸고 최근 일선 교육현장에 빚어진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 또한 대화와 설득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한 것임에도 우리 선생님들의 지도방식이 너무 일방적이고 고압적이며 경직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학습지도 측면의 경우, 그 속성 상 문제가 밖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모자람을 이용하여 자기연찬에 게으름을 피운다거나 교과서 속의 지식을 전수하는 일만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착각하며 개인적 독선과 편견을 보편적 상식과 진리인 양 호도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결국 아이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의 학교가 ‘교권 추락’, ‘교단 붕괴’와 같은 심각한 위기상황 속에 놓이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어쩌면 세상이 변했음에도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 질서가 수직적 상하구조로 너무 오래 고착된 나머지 학생 인격과 권리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소홀했다는 점에서 교사의 학생에 대한 인격 존중 풍토가 새로운 교단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며, 그런 점에서 어쩌면 ‘아이들 눈치’를 보는 선생님이 하나둘씩 늘어날 때 우리 교육의 새로운 활로도 열릴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