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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선생님과 아름다운 새들의 만남


- 천수만 철새 기행전을 다녀와서 -

가을이 떠나는 끝자락, 우리 선생님들은 반대로 새를 찾아 떠났다. 천수만의 철새기행전을 떠나기 전 나는 탐조(探鳥)만큼 감동적이고 낭만적인 여행도 드물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새는 그 자체가 싱싱한 자연이고, 탐조여행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숭고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수만 마리의 새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은 분명 장관일 터이고, 새들이 펼치는 행위는 감성적인 예술일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힘찬 날갯짓으로 창공에 각종 기하학적 문양을 수놓는 철새들을 보며 비상 아닌 비상을 꿈꿔보고자 했다.

그러나 천수만 A지구 제1탐조 투어버스에서 바라본 새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흥성스러워보이지도 않았다. 새들은 춥고 외로워 보여 안쓰러웠다. 천수만의 낙조가 너무 아름답고 추운 계절이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엔 이유가 빈약하다.

오호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각종 개발로 생명의 기원이자 새들의 터전인 갯벌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철새들이 배불리 먹으며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총 220만평의 논에 벼와 보리 등을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었다고는 하지만 워낙 많은 새들이 모여들어 한계가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공은 자연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들은 왜 저렇게 한자리에 모일까. 문득 간월도의 일몰을 바라보다 든 생각이었다. 새들도 사람처럼 좁은 공간에 많이 모이면 생활하기에 불편할 텐데…. 이런 의문은 관광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풀렸다. 원인은 환경오염. 흩어져 넓게 살고 싶어도 살만한 곳이 없어서란다. 그나마 새들이 모이는 이곳이 아직 까진 환경오염이 덜하여 물고기와 씨앗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니 할 말이 없다. 새들은 지금, 살만한 곳이 줄어들어 여기에 모였노라고 우리 인간들에게 호소 중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낭만적으로 웃고 떠들며 새들의 시위를 구경하는 셈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멸종위기에 처한 큰기러기와 가창오리떼의 군무(群舞)는 현란했고 또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먹이를 찾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무리 지어 푸른 가을 하늘을 선회하는 새들의 비행은 자유로웠다. 인간이 가지지 못한 기능을 새들은 가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리 없이 저무는 오후의 햇살에 비친 그들의 은빛 날개가 경이로웠기 때문일까.

만약 우리 인간에게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다면 어떨까를 생각해 본다. 가끔 삶이 고단할 때마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인간 세상을 조감한다면, 지금보다는 그래도 스트레스가 좀 덜할 것 같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오는 길, 새를 좀더 사랑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결심을 표정에 담아 하늘을 나는 철새들에게 띄웠다. 새들이 인간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 진심만은 통했으리라. 새들의 행복한 미래를 염원하는 내 간절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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