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토요일 오후 2시, 전국 16개 시·도에서 모인 교육가족 5천여명이 국회앞에서 '교육자치 말살저지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정치권의 교육자치 말살 법안 통과를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1월 7일, 시·도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 상임위원회로 통합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16명 중 찬성 12, 반대 2, 기권 2명으로 가결하였는데 이 법안은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 교육계는 이구동성으로 '위헌적인 교육자치 말살 법안'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헌법 31조 4항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는 법률로 이 법안이 시행되면 학교 교육이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리게 될 것임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재정이 국가 부담에서 지방부담으로 전가되어 시·도간 재정자립도에 따라 교원수급, 보수, 근무환경 등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이것은 공교육 부실화로 이어져 결국엔 학생들의 학습권 피해로 귀결이 된다.
그리고 이 교육자치법은 교원의 지방직화와 교육자치 말살로 이어져 교원의 지위는 약해지고 교육감의 지위는 시·도 국장(局長) 수준으로 전락하여 교육의 설 자리는 없어져 교육망국으로 이어지게 됨이 명약관화하다.
한국교총, 전교조, 한교조, 한국국·공·사립초·중·고 교장협의회, 전국교육위원협의회 등 25개 교육관련 단체와 40만 교육가족은 정치권의 개악 교육자치법을 막기 위해 '교육자치 말살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법의 개정을 철회하고 교육계의 의견이 반영된 제대로된 법 개정을 원하고 있다.
교육계의 주장은 이렇다. 교육자치가 올바르게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위원회를 '독립형 의결 기구화'하라는 것. 시·도 의회 교육위원회를 현재의 교육위원회로 일원화하는 것이 그 동안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교육자치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야 헌법정신이 제대로 구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치권은 교육계와 헌법에서 요구하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여야가 힙을 합쳐 교육을 말아먹고 나라를 말아먹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들은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17명 중 15명의 초선의원으로 구성된 초보 교육위원회는 무식(?)하고 용감무쌍한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바로 이들이 40만 교육가족을 성나게 하고 울분을 토하게 만든 것이다. 이들이 5천여 교육가족을 국회앞에 모이게 하고 차가운 아스팔트와 시멘트 바닥에 앉도록 만든 원인 제공자인 것이다. 이렇게 되도록 방조한 교육부 장관도 공범자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교육수호를 위해 개악법을 누구보다 막아야 할 사람이 교육부장관이기 때문이다.
이 날 5천여 참가자들의 함성을 국회의원들과 국민들은 제대로 들었는지 묻고 싶다.
"위헌적인 교육자치 통합 즉각 중단하라!"
"교육자치 말살하는 위헌적인 통합추진 즉각 중단하라!"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범국민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교육을 제대로 모르고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교육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기에 리포터는 걱정과 우려를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