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보슬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늦가을 장마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비가 그친다 하니 맑고 깨끗한 하늘과 땅을 기대해 봅니다. 아침 출근할 때면 당직하시는 오 주사님께서는 저가 오는 시간을 아는지 현관에 계셨습니다. 만나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합니다. 하루를 신나게 열어가도록 해 줍니다.
교무실에 있으면 얼마 안 있어 우유배달 아줌마가 오십니다. 인사를 얼마나 잘 하시는지 매일 90도로 굽혀 인사를 합니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 저도 언제나 선생님을 대하는 것 이상으로 대합니다. 선생님들도 교무실에 들어오시면 인사를 잘 하십니다. '안녕하십니까?' 하면 저도 '어서 오세요'하고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모습들입니까?
그런데 일찍 교무실에 들어오는 학생은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한 학생이 인사도 하지 않고 들어와 열쇠를 챙깁니다. ‘너는 왜 선생님을 보면서 인사도 안 하나?’ 하니 ‘죄송합니다.’하더군요. 조금 지나 또 한 학생이 들어왔습니다. 이 학생도 여전히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 똑같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니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하더군요. 또 한 학생이 들어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하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인사 안 하면 교무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하니 웃으면서 나가더군요.
학생들은 가르쳐야 합니다. 가르치지 않으면 인사를 안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차라리 교무실에 들어오지 않으면 열이라도 받지 않을 것 아닙니까? 들어와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볼일 보고 나가면 얼마나 아침부터 열 받습니다. 배우는 학생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으니 그렇습니다. 인사하는 것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선생님을 보고 인사 안 하는 학생이 집에 가면 부모에게 인사하겠습니까? 어른을 봐도 인사하겠습니까?
이렇게 자라면 앞으로 어떻게 되겠습니까? 기본을 가르쳐야 합니다. 기본예의를 가르쳐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배웠지만 행하지 못하는 학생은 알지 못하는 것만 못합니다. 행함이 있어야 아는 것 아닙니까? 행함이 있어야 나의 것이 되는 것 아닙니까?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은 그래도 착한 학생들입니다. 성실한 학생입니다. 하지만 기본인 인사를 놓치고 있습니다. 기본인 인사를 빠뜨리고 있습니다. 기본인 인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올라갑니까? 그렇게 하면 자신이 똑똑해집니까? 그렇게 하면 자신이 유능해집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든 인사할 줄 모르면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사람대접 받지 못합니다. 돈들지 않는 인사 좀 하도록 가르쳐야죠. 조금이라도 자세를 낮추는 연습하도록 해야죠. 허리 굽히는 연습 좀 시켜야죠. 입만 ‘안녕하세요’하면서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몸 좀 움직이도록 해야죠. 허리 좀 굽히도록 해야죠. 허리는 굽히면 굽힐수록 좋지 않습니까?
허리 굽힌다고 자신의 위신이 깎이는 것 아닙니다. 허리 좀 굽힌다고 자신의 값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허리는커녕 입도 움직이지 않는 학생들은 입 좀 열게 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얼마나 좋습니까? 입이 그렇게 무거우면 웃음이라도 머금도록 해야죠. 왜 얼굴을 굳게 하며 상대방까지 얼굴을 굳게 만듭니까?
인사를 왜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학생 중에는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고 하는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학생 중에는 인사를 할 만한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할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학생 중에는 나름대로 어떤 이유를 대면서 인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배우는 학생은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인사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그게 기본예의입니다. 인사하는데 있어 이유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인사를 받아주든 받아주지 않든, 인사할 만큼 존경하든 존경하지 않든, 어떤 이유든 인사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다운 사람이 됩니다. 그래야 존경받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야 기본이 제대로 된 학생이 됩니다.
인사하면 인사를 받아야죠. 인사 받을 만큼 자신을 늘 다스려 나가야죠. 인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사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신의 잣대로 인사하는 것을 거절하면 안 됩니다. 자신의 생각으로 인사를 하지 않아도 안 됩니다. 자신의 기분으로 인사를 받지 않아도 안 됩니다. 자신의 감정으로 인사를 받지 않아도 안 됩니다.
인사가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인사가 우리의 사람됨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인사가 우리 행함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인사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야 합니다. 인사 받는 것도 습관화 되어야 합니다. 인사가 나의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인사가 나의 표시가 되어야 합니다. 인사가 나의 사람됨을 나타냄이 되어야 합니다. 인사가 나의 장점이 되어야 합니다.
인사 받는 것은 좋아하면서 인사하지 못하면 자신의 모순을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맙니다. 인사 받는 것을 좋아하면서 인사에 대한 반응이 없으면 역시 자신의 추한 꼴을 드러내는 결과가 됩니다. 누구든지 인사를 하면 즉각 인사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었으면 합니다. 학생들이 인사를 하지 않으면 즉각 지적을 하면서 깨우치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게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 중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