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무관용 정책)’, 더 큰 범죄를 막기 위해서 ‘학교에서만은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미국식 체벌주의’ 정책이다. 지난 11월 28일자 J일보에 실린 ‘싸움의 기술’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눈길을 끌었다. 교내 폭력과 기물 파손, 교사에 대한 거친 반항, 심지어는 갱단에 가입한 학생 등 ‘실패 예정 인생들의 대기소’였던 학교를 정상화시켜 모범학교로 변화시킨 미국 LA의 한 고등학교 교장 얘기였다.
이 학교가 폭력이 난무하는 ‘문제학교’를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범학교’로 변화시킨 과정은 비록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학생들에게 ‘잘못을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학생들에게 각인시키는 ‘제로 톨러런스’를 적용한 것, 결국 잘못한 정도에 따라 ‘교실에서 쫓아내기’ ‘부모호출’ ‘교장지도’ ‘가정근신 및 정학’ 등 엄격하고 강한 벌을 가하는 등 교내생활에서 ‘죄와 벌’의 상관관계가 확고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사례를 보자. 지난 1999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최근 미국식 체벌주의 ‘제로 톨러런스’ 정책으로 성공한 미국 시카고의 한 학교를 방문한 후 학교에서 문제학생을 엄격히 처벌하는 등 ‘영국식 체벌주의’인 ‘문제학생 영구추방 정책’을 입안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사들이 학교 내에서 비행학생 지도에 엄격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교외 생활에서의 학생 규율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사법경찰에 준하는 지도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新교육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등 학원 범죄로 고심하던 문부성이 의무교육 과정인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미국식 ‘제로 톨러런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매년 3만 건 이상 터지는 학생 폭력, 교내에서의 마약 복용과 거래, 교사에게 폭력 행사 등 이른바 심각한 ‘교실붕괴’를 뽑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현실은 지금 어떤가. 최근 국회 교육위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학교에서의 비행 정도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작게는 학업 부적응으로부터 음주․흡연, 폭력, 절도, 성범죄, 교사에게의 반항 등 그 유형이 다양화되고 비행 정도 심각해지는 추세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학생의 인권 존중을 우선하는 사회적 추세에 따라 비행학생에 대한 징계 수위는 ‘훈계’, ‘교내봉사’, ‘사회봉사’ 등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일부 교원단체에서는 이마저도 과하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엄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는 잘못을 반성하고 교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징계를 받아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등 교칙을 비웃는 처지가 되었다.
이제 우리 정부도 나설 때다. 심각한 비행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고서야 ‘특단의 조치’를 내렸던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험을 교훈삼아야 한다. 필요하면 미국, 일본의 ‘제로 톨러런스’나 영국의 ‘문제학생 영구추방 정책’과 같은 제도를 참고하여 교육공동체 모두가 공감하는 ‘한국식 체벌주의’ 도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방관하고 있는 청소년의 일탈행위, 이제 학교에서만은 청소년들에게 ‘잘못을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심어줌으로써 붕괴되는 교실, 신뢰를 잃어가는 공교육, 약화되는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
유리창 한 장이 깨지면 그 유리창 한 장을 갈아 끼우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남아있는 모든 유리창이 더 이상 깨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 이른바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