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근무하는 서령고 학생회에서는 12월 1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기아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전교생 중, 희망자에 한에 점심시간에 급식을 한 끼씩 굶기로 한 것인데, 여기서 절약된 돈으로 가난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불우한 이웃들을 돕기위한 취지로 기획된 행사였다.
이날 기아체험 행사는 학생회가 주관이 되어 전교생 중, 희망자의 동의를 얻어 전격 실시되었다. 점심을 굶은 학생들은 배고픔을 참아가며 7교시에는 학교의 삼원방송 시스템을 이용해 기아관련 비디오를 시청했다.
비디오의 내용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매년 생명을 잃는 5세 미만의 어린이 1,100만 명 중, 55%에 해당하는 600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 실조로 목숨을 잃고 있었다. 남부 아시아에서는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영양 부족으로 체중 미달이었으며, 아프리카에서도 30%의 어린이가 영양 실조 상태였다.
어린이가 사망하는 주원인이 되는 영양 실조는 주로 전쟁, 가뭄, 질병 때문에 일어나는데 특히, 아프리카의 전쟁과 가뭄은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웃 나라들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들도 경중의 차이는 있을망정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 사막이라 먹을 것도 없는 데다 의류도 충분치 않아 땅을 파고 지붕을 풀로 덮은 움막을 지어 그 속에서 가족들의 체온으로 가까스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20달러를 벌기 위해 평생을 공장에서 허리 한번 못 펴고 노예처럼 일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1970년대부터 정부군과 반군의 계속된 무력 충돌 탓에 가난이 심화되어 국민들이 심각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식량 자급을 위해 1955년부터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실시하고 있으나 배고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케냐 북동 지역에 위치한 와자르 주민 32만 명은 1997년 이래 계속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과 기근 때문에 풀뿌리를 캐먹고 있었다. 또한 매년 한 살도 안된 영아 10명 중 한 명이 굶주림과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으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었다. 방글라데시는 벼농사가 주업이나 식량 자급이 불가능해, 해마다 100만 톤 가까운 식량을 수입하여 국민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는데도 높은 인구 증가율과 세계 최고의 인구 밀도와 잦은 홍수 때문에 여전히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아이들은 비디오를 보는 내내 충격을 받은 듯 자신들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눈치였다. 겨우 한끼를 굶었는데도 배고프다고 엄살을 떨던 아이들은 비디오를 보며 숙연해졌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잘사는 나라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대량생산이 가능한 신품종 개발, 학습도구, 유니믹스 공급, 텐트, 펌프 설치, 무료 예방 접종 등을 들었다. 리포터 또한 세계 각국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단 생각이 들었다.
12월 1일, 비록 전교생 중, 희망자에 한해 실시한 기아체험 행사였지만, 많은 학생들이 공감했고 선생님들도 이구동성으로 뜻깊은 행사였다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