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직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교단은 무너졌고 일부 교사들은 차라리 교단을 떠났으면 한다. 사회 어디를 둘러보아도 우리 교사들을 옹호하고 변호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언론, 시민, 심지어는 교육당국까지 하나같이 여론을 등에 업고 우리 교육계에 채찍질만 가하려하지 따스하게 감싸주는 손길은 없다. 이제는 교사가 교단에서 학생,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가 나와도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이 같은 교권추락에 대해 우리 교사들도 책임을 통감하건만, 일말의 반성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오로지 비난만 퍼붓고 있다.
혹여 이런 사태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 수요자의 인권이 신장되었다고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치다. 결국 교권이 추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권 추락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교권을 추락시키는 것은 단 하루면 족하지만, 추락된 교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에는 족히 반세기는 걸리는 지난한 사업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정부의 갈팡질팡한 교육 정책의 집행이 제일 크다. 여기에다 교사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 풍조와 맞물려 교권 추락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어 지금은 아예 교사들을 죄인시하는 시각도 생겨났다.
교육 당국이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는 조성하지는 못할 망정 앞장서서 교원을 폄하하는 정책을 펼쳤으니 가뜩이나 교육에 대한 불평불만이 많았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여기에 호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교원을 개혁의 대상이 아닌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칭찬과 격려를 해야 한다. 교육 개혁의 본질은 교사 축출이 아니라 뒤쳐진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낙후된 교육환경을 개·보수하여 교단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즉 교육 개혁의 초점을 시설투자에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우리 교사들에게도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물의를 일으킨 교사부터 시작해서 자기 개발에 게으르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교사가 실존함을 인정한다. 이 점에 대해 우리 교사들도 대오각성하고 먼저 우리 자신부터 모범을 보이기 위해 목하(目下) 피나는 노력 중이다. 교직자로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교사, 학생에 대한 자상한 관심과 뜨거운 사랑을 가진 교사, 인생의 선배이자 멘토로서의 교사 등, 교사로서의 전문성 제고와 함께 학생들의 허물도 나의 허물이라는 생각을 갖고 교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는 매스컴의 문제이다. 언론의 교사들에 대한 지나친 선정적 보도는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진행되는 모든 교육 관련 프로그램은 교훈적인 방향에서 제작되어야 하고 절대 흥미 위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특히 영화에서 묘사되는 교사와 학생간의 각종 비이성적 관계 설정은 지양되어야 한다.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귀한 자식 매 하나 더 때린다'는 속담이 있듯. 무조건 자기 자녀만 감싸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넷째,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 풍조도 바뀌어야 한다. 근거도 없이 풍문과 소문만 가지고 학교와 교사를 매도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 세상 어느 교사가 아이들을 괴롭히기 위해 교직에 들어 왔겠는가? 오죽하면 교사를 반부모라고 하겠는가.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부모 마음과 제자가 잘 되길 바라는 교사 마음은 똑같다. 따라서 모든 교육은 서로간의 믿음에서 출발해야한다. 자녀를 학교에 보냈으면 믿고 끝까지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난마처럼 얽힌 교육을 쾌도난마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추락된 교권을 회복시켜야 한다. 교육 당국은 교권을 해치는 그 어떤 말이나 제도를 삼가고 우리 교사들도 과거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들을 뜯어고쳐 환골탈태하자. 그리고 단결하자. 그 길만이 땅에 떨어진 교권을 회복하고 위기의 교육을 살리는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