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오늘에서야 종업식을 했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신학기 상견례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1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이라니.... 시간은 참으로 빨리 흘러 허망함마저 느껴집니다.
마침 우리의 쓸쓸하고 아쉬움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하늘에선 서설(瑞雪)이 내렸습니다. 수천 수만 송이의 눈들이 차가운 겨울바람에 실려 온 세상을 가득 채우며 아우성치듯 내리더군요.
밖에선 이렇듯 눈꽃축제가 벌어지는데 종업식이 벌어지는 강당 안에서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길게 아주 길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교장선생님도 학기의 마지막 날이라 감회가 깊으셨는지 말씀이 길어지는가 봅니다.
아이들은 눈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거나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며 무료한 시간을 요령 있게 보내고 담임선생님들은 그런 학생들을 단속하느라 수시로 큰기침을 하며 눈을 부라리셨습니다.
그러나 아이들도 허전한 마음에 그러는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처음 목표대로 해놓은 공부도 없는데 자꾸만 한 학년씩 올라가니 초조하고 불안하겠지요.
교장 선생님의 간곡한 당부의 말씀과 함께 학년부장 선생님의 주의사항 전달을 끝으로 오늘의 종업식은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각자의 교실로 들어가 담임선생님의 마지막 종례를 듣고 각자의 사물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는 아이들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습니다. 이제부터는 누가 뭐래도 보충수업이 시작되는 1월 10일 전까진 자신들만의 진정한 방학일 테니까요.
앞으로 며칠 간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며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몸살을 앓던 교정도 긴 침묵에 빠져들 겁니다.
비록 짧은 휴식이지만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편히 쉬고 보충수업을 하는 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등교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