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주할 방을 제공합니다. 직원들 분위기도 좋고 아이들도 10명으로 밝고 착합니다. 철원의 맛있는 음식과 좋은 관광 코스도 준비돼 있습니다.'
철원의 용정초등교(교장 조일남)가 3개월 출산 휴가를 떠나는 여교사를 대신할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공고문이다. 이 학교는 강원도·서울시교육청 등 여러 사이트에 구인공고를 낸 끝에 가까스로 기간제 교원을 초빙할 수 있었지만, 약속의 절반은 지키지 못하고 있다. "방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애초 관사가 없어, 월세의 절반인 10만원을 학교운영비에서 힘겹게 지원하고 있다.
인근의 D초등교는 다른 교사가 사용하던 관사를 뺏다시피 양보 받아 기간제 교원에게 내주었다.
농어촌 초등교가 기간제 교사 초빙에 홍역을 앓고 있다. 초등교사 자원의 절대 부족 속에 기간제 교사들이 출퇴근이 쉬운 도시만 선호하기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의 정 철 장학사는 "춘천이나 강릉등의 거점도시는 기간제 교원 확보가 수월하지만, 시골은 아주 힘들다"고 말한다.
기간제 교원의 모집에 도시와의 출퇴근 거리가 중요하게 부각하는 이유이다. 포천 영북초등교는 '서울 수유리에서 1시간 20분, 춘천에서 2시간 거리며 버스터미널과 아주 가깝다'는 것을 기간제 교원 공고문에서 내세웠다.
출퇴근 조건이 여의치 않는 곳은 또 다른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철원 동송초등교는 관사, 자취 집기뿐만 아니라 철원 오대쌀까지 주겠다고 내걸었다.
수업 시수가 적은 교과전담이나 저학년 담임도 빠지지 않는 요건이다. 강원도 평창초등교는 기간제 교원을 구하면서 "담임이나 체육·음악·미술 교과전담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거꾸로 기간제 교사가 "저학년 담임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요지경이다 보니 교육청에서는 시골 지역에 정규 교사를 우선적으로 충원해 주지만, 갑자기 병가나 출산휴가자라도 발생하면 교장 교감의 머리털은 곤두선다.
기간제 교사를 구하지 못해 출산휴가를 연기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천안의 박미옥 교사는 9일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갈 갈 계획이었지만, 기간제 교원을 구하지 못해 휴가 일자를 미뤄야 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창출되기 마련. 기간제 교원을 소개해주는 대형 인터넷 사이트도 4곳이나 된다.
여기서도 기간제 교원의 도시 선호 현상은 쉽게 확인된다. 일만여 명의 교사 희망자 회원을 가지고 있다는 에듀포잡(www. edu4job.co.kr)의 운영자는 "서울 지역은 구인공고 하루만에 수십명씩 몰려들지만, 시골은 문의조차 드물다"고 전한다.
초등기간제 수급 상황과 원인은 시도별로 약간 차이가 있다. 경남은 결원으로 인한 기간제 299명과 출산휴가등으로 인한 단기 기간제까지 합하면 600명 선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초등 결원 보충기간제 교원만 180여명, 단기 기간제 교원까지 합하면 훨씬 초과한다. 충북교육청은 내년에는 초등 신규 발령자도 일정 부분 시 지역에 발령해 다른 지역으로 빠지는 초등교사 자원을 막고, 올해는 신규교사 임용을 늘인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교육부가 교사 자원이 도시로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시도별로 정원을 할당하면서 충북 지역에 신규 초등 교사 정원을 210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지원자 65명을 탈락시켜 오히려 기간제 요인이 늘어났다.
시도별로 들쭉날쭉한 대우도 인력 충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간제 교원 지원자가 넘쳐나는 서울시의 경우 호봉 산정을 최고 13호봉까지 해 주고 있지만, 지원자가 부족한 강원도는 되레 10호봉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충북과 경남은 14호봉까지이다.
인사담당자들은 내년의 초등 기간제 부족이 최고조로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초등교원 부족이 2777명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두배가 넘는 6722명(초등 교원 소요 인원 1만2979명-확보된 교원 6257명)에 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