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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초점없는 교육과정' 문제가 많다


7차 교육과정인가. 8차 교육과정인가. 교육부에서 공청회를 개최함으로써 교육과정 개편의 전모가 드러났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고등학교 1학년(10학년)의 과학 수업시간이 주당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고 사회과목에 포함되어 있던, 국사와 세계사가 역사 과목으로 독립된다. 또한 주당 수업시수가 적은 음악, 미술 등의 교과는 집중이수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교육과정과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교육과정을 개편했지만 결국은 7차 교육과정의 수정에 불과하다. 교육부에서는 수시개정체제로 갈 것이라고는 했었지만 이번의 교육과정개정을 수시개정체제로 보기는 어렵다. 수시개정체제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를 따라야 하는 학교현장에서는 수시로 혼란을 겪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개정 될 때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추어서 모든 것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의 교육과정 개정이 7차 교육과정의 수정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대폭적인 개정보다는 부분개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과목별 수업시수를 일부 조정하고 집중이수제를 도입하도록 한 것은 소폭개정으로 보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그동안 교육과정 개정의 필요성과 요구사항을 얼마나 반영했느냐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몇가지 쟁점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개정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7차 교육과정의 수정개정 성격이라고는 하지만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각 교육과정은 강조하는 점이 뚜렷이 드러나 있었다. 7차교육과정만 하더라도 수준별 수업과 학생의 과목선택권강화 등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번의 개정안에는 그러한 특징이 없다. 도리어 수준별 수업실시와 관련된 내용들이 슬그머니 축소되어 어쩌면 수준별 수업이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또 한가지는 이번의 교육과정이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실시를 위해 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주5일 수업제’의 전면 도입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에서는 주5일 수업제 전면 도입에 따른 편제와 시간배당 조정은 제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5일 수업제를 늦춰야 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새로운 교육과정을 2009년부터 적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당장에 주5일 수업제를 전면시행할 수 없다고 교육부에서 밝힌 것이 불과 2개월전이다. 그런데 이번의 개정안에 주5일 수업제의 전면도입에 따른 편제와 시간배당을 제외했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교육과정 개정시점과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실시 시기를 맞추겠다고 했던 교육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결국은 앞으로 주5일 수업제의 전면실시가 결정되면 또다시 교육과정에 손을 대겠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현재의 예측으로는 2009년도에는 주5일 수업제가 전면실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곧바로 교육과정을 또다시 수정하겠다는 것은 학교현장의 실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말이 수시개정이지 학교에서는 그에 맞춰 모든 시스템을 바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시내버스 노선개편도 최소한 분기별로 실시한다고 하는데, 교육과정을 1-2년만에 뜯어 고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발상이다. 최소한 주당 수업시수만이라도 주5일 수업제의 전면도입에 대비하여 조정했어야 한다.

한편 교과서의 사용도 문제이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는 현실에서 교육과정의 개편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같은 교과서를 10년이상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쉽게 넘길 성격이 아니다. 교과서도 일부를 개정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시대적 변화를 모두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은 교육과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 되었다면 전면개편으로 갔어야 한다.

집중이수제 도입은 눈에 띠는 방안이긴 하다. 집중이수제의 효과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어려곳에 나와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해당학교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도입해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게 했을 경우 학교에서는 매학기마다 시간표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혼란스러움과 학생들이 해당교과의 연계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교과서 개편없이 집중이수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즉 현재와 같이 학년별로 교과서가 구성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집중이수제가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집중이수제를 제안한 교과만이라도 학년별 개념이 아닌, 학교급별로 교과서가 편성, 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 재량권을 충분히 부여했다고는 하지만 교원수급과 맞물려 재량권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학교현실이다. 전체적인 교원수는 고정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7차 교육과정이 대체로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교원수급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원수급대책이 별도로 세워지지 않는 한 개정교육과정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또한 학교의 재량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공청회를 먼저 거치고 교육과정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교육과정심의위원회의 경우 1월 17일에 개최하기로 되어 있다. 이미 공청회까지 거친상황에서 위원회를 개최하여 수정하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통과의례라는 의혹을 버릴 수 없다. 교육과정심의위원회에서 좀더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후 공청회를 실시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의 교육과정 개정안은 많은 수정이 가해져야 한다. 첫째는 학교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둘째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위한 여건조성이다. 세째, 주5일 수업제를 대비한 교육과정이어야 한다. 네째, 주당수업시수를 줄여야 한다. 다섯째 뚜렷한 성격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이 중점인지 확실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교육과정을 한번 개정하면 최소한 5년이상은 시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좀더 심도있는 검토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 되어야 하며, 학교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또한 이에 따른 충분한 투자가 앞서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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