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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졸업앨범 유감(有感)과 그 대안(代案)

졸업을 며칠 앞두고 졸업앨범 초안을 강제로(?) 보았다. 앨범을 훑어보니 '이것은 아니다' 싶다. 꼼꼼한 교장선생님이 몇 번 수정 보완 지시를 내렸건만 마지못해 고치는 시늉만 했다고나 할까? 교감과 교장이 최종 결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3학년부장과 앨범업자 선에서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함량이 떨어지는 앨범을 졸속 납품하려는 것을 중지시켰다. 오류를 지적하고 내용 구성을 제대로 할 것을 지시하였다.

현재 학교의 졸업앨범은 무슨 문제가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내용 부실이다. 3년 동안의 학교생활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야 하는데 주로 졸업학년의 단조로운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내용 구성의 주도권을 학교가 쥐고 있어야 하는데 촬영, 편집, 디자인 등을 거래 사진관에서 일방적으로 행사하고 학교는 사진관의 이런 횡포를 묵인, 방조, 추인하는 등 직무유기에 빠져 있다. 앨범 제작에 있어 학교(선생님, 학생)의 교육적, 주도적인 역할이 없다. 교육의 주체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앨범에 대해 학교에서 전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전문가적 안목을 갖고 있는 선생님도 드물다. 그냥 남의 일인양 여긴다. 그러니 교육공동체가 불만족한 상태에서 앨범의 허술한 일과성 제작, 졸속 납품, 불완전한 검수, 졸업식날 배포의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립학교에서 해마다 학년과 업무가 바뀌고 때로는 전보가 이루어지는데 3개년의 사진 챙기는 일을 과연 누가 할 것인가? 게다가 교감, 교장도 3년 동안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앨범 품질 제고는 요원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앨범의 일반적인 구성을 보면 학교 전경, 교기, 교가, 교훈, 학교 상징인 교화와 교목, 교장과 교감, 교직원, 3학년 학급별 담임, 급훈, 단체, 개인, 행사(입학식, 소풍, 수련활동, 수학여행, 체육대회, 축제 등), 특별활동, 학교 생활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개년의 활동이 골고루 담기지 못하고 3학년 사진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

전근이나 퇴직으로 그 학교를 떠난 선생님, 1학년과 2학년 때 선생님까지 배려한 앨범은 별로 없다. 현재 그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들 사진 위주로 들어가고 있다. 3학년만 중요한 것이 아닌데 1학년과 2학년 때의 선생님, 전보 발령으로 떠나신 선생님, 학생들이 추억속에 간직하고자 하는 선생님이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졸업 앨범, 평생을 두고 학창시절 추억을 되살릴 적마다 펴 볼 수 있게 내용이 풍성해야 한다.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추억 사진을 빠짐없이 넣어야 한다. 어느 한 시기에, 어떤 날을 정해 일시에 찍은 사진이 몰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 1년 4계절, 그러니까 3년간 총 12계절의 사진이 들어가야 한다. 학생들 복장은 동복, 춘추복, 하복의 사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1학년과 2학년 때 사진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전근 가신 선생님도 담아야 한다. 때론 학생 솜씨의 디카 사진도 넣어야 한다.

학교에서 이렇게 한다면 앨범업자는 싫어할 것이다.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로 귀찮아 한다. 업자가 해오는 것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면 심신이 편할 터인데 괜히 일을 만들어서 쓸데없이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사안일의 전형이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어느 것이 진정 학생을 위한 길인가를.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교육자가 할 일인가를.

학교 여건이 교원의 인사이동, 과중한 업무 등으로 3년간의 졸업 앨범을 알차게 만들 수 없다면 '학년 앨범'은 어떨까? 페이지 수는 적지만 학년부장을 중심으로 그 학년과 학급 학생, 교직원, 학교 생활 모습을 빠짐없이 그리고 부담없이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학년 앨범 3개를 모으면 풍성한 학창시절 앨범이 되지 않을까? 중간에 전학(또는 전보)을 가도 추억은 살아 있을 것이다. 각 학년의 추억을 소중히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각 학년의 추억의 파노라마를 골고루 담을 수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어느 한 시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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