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스승의 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렇게 끈질기게 논란이 일고 자주 거론되는 스승의 날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착잡한 심정을 참을 길이 없다.
나는 지난해 2월에 이 스승의 날에 대한 논란이 일었을 때 다음의 요지를 담은 글을 실어서 스승의 날이 전국적인 휴업일로 되기를 바란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스승의 날은 1960년대 어려웠던 시절에 강경여상이라는 시골 학교에서 청소년적십자단원들이 시작한 행사다. 그 뜻이 갸륵하여서 이듬해에는 전국의 청소년 적십자단체가 있는 학교로 확대되었고, 이것이 모든 학교로 퍼져 나가면서 국가 기념일로 지정이 되었던 것이다.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정년을 맞는 나는 그 때 [스승의 날]을 전국에 퍼뜨린 청소년적십단 단원의 한 사람으로 시내에서 간부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승의 날을 만들어낸 사람 중의 하나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진정으로 좋은 뜻에서 생겨난 스승의 날이라는 행사가 도시에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학교 입시에서 벗어나 무시험진학을 하게 되면서 학교에서는 밤늦게까지 입시공부를 시키는 일이 없어지고, 가정에서는 가정교사라는 것을 두어서 특별 지도를 하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내 자식을 위해서는 어떤 희생이나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는 교육열성은 드디어 치맛바람으로 학교를 휩쓸기 시작한 것이다. 오직 내 자식만은 남다른 특별대우를 받고 싶다는 생각, 남의 자식보다 차별 대우를 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순수한 정이 담긴 선물이 아닌 [뇌물]성 봉투가 오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촌지라고들 하지만 그것은 촌지가 아니다. 촌지의 사전적 의미는 <속으로 품은 자그마한 마음>이다. 여기에서라면 <속으로 품은 조그만 정성>쯤으로 해석을 하면 좋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자그마한 마음이나 정성이 아닌 [뇌물]을 주고받는 다는 것이 매년 이 무렵의 문제점으로 언론을 들뜨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스승의 날이라는 의미는 살려가자는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기도 하고, 여러 차례 논의가 되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2월로 옮겨서 우리 전통 풍습인 [책거리]로 생각하게 하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그러나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어버이날에 자식들에게 부담이 많으니 어버이날을 없애고, 명절에 인사드리는 것만으로 하자는 것 같은 이상한 모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반대를 해왔었다.
--중략- 노동절처럼 스승의 날은 교직에 몸담고 있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해서 하루쯤 쉬는 날로 하면 어떤가? 그렇다고 전국적으로 모든 사람이 다 쉬는 날이 아니므로 국가 휴일에 대한 규정에 문제가 되거나, 다른 생산에 차질 같은 것이 일어나지도 않는 것이니 좋은 방안일 것 같다.]
이제 교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어간다. 바로 작년 이맘 때 난 교직을 떠나기 전에 한국교육신문에 위의 글을 발표하였고, 그런 여론에 따라 지난해 스승의 날에 휴교를 한 학교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사실 스승의 날이 문제인 것도 아니고, 교사들에게 그렇게 되도록 만든 사람들은 바로 그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학부모들이라 할 수 있다. 촌지 봉투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바로 학부모들이며, 그들의 지나친 자기 자녀만을 떠받들고 위하는 자세가 촌지라는 잘못된 관행으로 정착한 것이다.
앞으로 교직에서 이런 창피를 면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 있다. 교사들이 똘똘 뭉쳐서 촌지를 가져온 학부모를 촌지봉투를 붙여서 [뇌물공여죄]와 [교사명예훼손죄]로 고발을 하는 운동을 벌이면 어쩔까?
모두들 그런 촌지를 교사가 요구한다고들 하지만 대한민국의 40만 교사들 중에서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는 몇 명이나 되는지 백사장의 모래알 몇 개 정도일 것이다. 그런 것을 모든 교사가 그런 불량배나 되는 것처럼 떠들고 소란을 피우는 언론사의 문제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는 일이 된지 오래이다.
스승의 날이 문제가 아니라 [오직 내 자식에게만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학부모의 마음]이 잘 못된 관행으로 굳은 게 문제의 근원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진정으로 모르고 있는 것은 언론의 교직 깔아뭉개기 태도이다.
정부마저 이런 언론의 반주에 맞추어 스승의 날을 주물럭거리는 것은 교사들의 부정적인 언론의 시각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아주 이번 기회에 스승의 날이라는 명칭을 없애 버리는 것이 더 떳떳할 것이다.
다만, 진정한 스승 존경의 뜻으로 만들어진 스승의 날을 만든 강경여상의 훌륭한 정신이 참으로 부끄럽고 우리 국민의 의식에 피멍으로 남게 된 것이 슬픈 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