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학교가 개학을 했던 3월의 둘째날, 종례를 마치고 아이들을 귀가시키려는데, 한 학생이 교탁앞으로 다가왔다.'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말없이 그학생을 주시했다. '선생님, 저 이름 바꿨어요. 여기 주민등록초본 떼어 왔어요.' 개명을 한다는 이야기는 가끔 들었지만 실제로 개명하는 것을 본기억은 별로 없다. 대학때 친구가 졸업후에 개명을해서 근무하는 학교에 전화를 했다가 낭패를 본적이 있긴하다. 대학때 이름으로 찾았지만 그 학교에는 그런 교사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었다. 전화를 끊고 한참후에 개명사실을 떠올리고 다시 전화를 해서 통화를 했었다. 개명때문에 겪었던 최초의 해프닝이었다.
'왜 이름을 바꿨니?' '그냥 제이름이 좋지 않다고 했어요. 그래서 바꿨어요.'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려는데, 또다른 학생이, '선생님, 저도 이름 바꿨어요.' 잠시 귀를 의심했다. 이것이 정말로 현실일까. 실제로 이름을 바꾼녀석이 두명이나 되는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곧 현실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아이 모두 여학생이었다. 그 학생도 이름을 바꾼 이유가 먼저 학생과 비슷했다. 약속이나 한듯이 주민등록초본을 내놓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귀가시키고 교무실에 돌아왔더니 옆자리 선생님이 자기 반에 이름을 바꾼 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우리반에도 두 명이나 있었다고 하니까 갑자기 이름바꾸는 것이 유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중학교 2학년까지 불러왔던 이름을 3학년이 되면서 왜 갑자기 바꾸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아직도 남아있다. 궁금하긴 하지만 알수 있는 방법은 없다. 꼬치꼬치 물을수도 없고...
그 이유가 어쩌면 세상탓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 좋지 않고 삶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어려운 세상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살아가야 하는데 부모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이들의 이름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바꾸고 싶을 것이다. 부모보다는 자식들이 고생을 덜하고 세상을 좀더 편하게 살도록 하자는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일 것이다. 그 절차가 복잡하고 간단하고를 떠나 지금까지 불러온 이름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 어디 쉬운일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바꿨다는 것은 대단한 결단이다. 그냥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사연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삶이 고달프고 세상이 복잡하니 단 한발짝 이라도 복잡한 세상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기대 때문에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