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2일자 인터넷 네이버에 발표된 “대학 새내기 80% 부모 한자 이름 못 써” 보도는 충격을 받을 만한 상황을 넘어 교육자로서의 슬픔을 느낀다. 본인 이름조차도 20%는 모른다는 한스러운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보고 있노라면, 일선 고등학교에서 서울에 소재한 명문 대학에 간다고 주야독경으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수준이 자기 이름조차도 못 쓰는 대학생이라니 이것이 어찌 오늘의 슬픔만이겠는가.
서울에 소재한 4년제 대학에 입학하려고 하면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보통 실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소위 우수한 학생들이라고 하는 대학생이 자기 이름조차도 한자를 쓰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공교육의 뿌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아리송하기만 하다. 일선 고등학교에는 한문 과목을 선택으로 돌리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문 과목을 배우지 않는 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자의 기본적인 어휘를 모르고서야 국어를 어찌 잘 소화해 낼 것인지, 국어 사전에 실려 있는 어휘가 한자어가 많은 지, 순수 우리말이 더 많은 지, 국어를 배운 자는 잘 알 수 있다.
국어 교과목에 한자 교육 필요해
국어 각 단원마다 학습활동 단원이나 한자 시간이라는 공간을 활용한다면 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이처럼 한자에 무지한 실력으로 학교를 졸업하겠는가! 대학생이라면 그래도 한국의 지성인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자는 알아야 한다. 경조사가 있을 때 겉봉투에 쓰인 한자를 제대로 읽지 못해 누가 낸 것인지 조차 모르는 지성인이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현실을 슬퍼해야 할 지, 교육의 전당을 원망해야 할 지, 누구의 잘잘못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겠는가? 한자를 알아야 세계를 알 수 있다는 거대한 중국의 시장을 겨냥해 제 2외국어를 배우게 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세계를 알려고 하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사이에 우리 곁에 와 버렸다.
영어가 아무리 중요하고 환경이 아무리 우리의 곁을 사로잡는다고 해도 우리의 말에 나타난 우리의 사상을 바로 이해하고 터득해 가기 위해서는 그래도 한자에 대한 깊은 지식은 아니더라도 한자에 대한 기본적인 틀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선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 학교마다 KBS 1TV에서 시행하는 “골든 벨”을 신청해 학생들의 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한 문제 한 문제를 풀어 가는 중에 꼭 한자가 나온다.
그런데 그 한자를 제대로 답하는 학생이 얼마나 되는 지 시청을 해 본 독자는 알 것이다. 참으로 일선 고등학생의 한자 실력이 저렇게 되어서야 되겠는가하는 목매인 소리를 토해내 보지만 찻잔 속의 태풍인 것을 그 누구 알아주랴 하는 소리만 나올 뿐이다. 성균관대 사범대 이명학 학장(한문교육과)은 학생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쓰지 못하는 학생은 83%(317명), 아버지 이름을 못 쓴 학생도 77%(295명)나 됐다고 밝혔다.
대수능에 국어 과목에 한자 출제 일정 비율 주어져야
이미 보도된 일이지만 대수능에 필요한 과목 외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하고 있다. 대수능과 무관한 과목 시간에는 때로는 잠을 자 버린다든가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마치 관례처럼 돼 있기도 한다. 또 담당 과목 선생님도 다른 방안을 찾아내기 어려운 현실이라 학생들을 다른 길로 유도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고교 교육이 마치 대입 아니면 전혀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되는 현실에서 교육 과정이 아무리 바뀐다고 달라질 수 있겠는가.
대학에 대한 구조적인 조정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에 고등학교에서는 이수해야 할 과목을 줄여 나가는 대신 예체능 고등하교와 실업계 고등학교를 더 전문화된 학교로 만들어 간다면 오늘의 일선 고등학교 학생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서 정말 아우성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