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의 심야교습 허용시간이 지금보다 1시간 연장된 오후11시로 늘어난다. 또 학원은 수강생에 대해 1인당 배상금액 1억원 이상의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등 보험 의무가입 규정이 신설된다. 서울시교육청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울특별시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조례는 학원 교습시간을 오전5시부터 오후10시까지로 제한했지만 하교시간 등을 감안하면 학원 수업시간이 너무 짧다는 여론을 수렴해 조례 개정안을 마련했다(서울경제신문,2007/05/04 17:08).
이 규정에 따라 앞으로는 학원의 교습시간이 11시까지 연장되게 되었는데, 이미 지난 3월에 학원법이 개정되어 오후 10시까지 교습을 할 수 있도록 했었다. 불과 2개월여만에 또다시 개정이 되는 셈인데, 여기서 학원수업시간이 너무 짧다는 여론을 수렴했다는 부분에 의구심이 든다. 리포터도 학부모의 한사람이다.
그런데 학원법개정과 관련하여 어떠한 의견도 들어본적이 없다. 학교에서도 학부모에게 관련 가정통신문을 내보낸 기억이 없다. 그럼 누구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이야기인가. 더우기 여론이라고 하는데, 모두가 원하는 것일까. 결국은 학원연합회의 의견을 들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3월 23일자 세계일보를 보면, '개정 학원법 시행 첫 날인 23일 밤 서울 시내 주요학원가는 관할 교육청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한 시간을 초과해 강습을 하는등 `배짱'을 부리는 모습이었다. 시,도 조례가 정하는 범위에서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개정 법안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학원은 오후 10시 이후에는 수업을 할 수 없지만 일부 학원들은 자정 무렵까지도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중략) 2층에는 특목고 대비 입시학원, 3~6층에는 논술학원이 입주한 한 빌딩은 출입문에는 셔터를 내려놓았으나 지하주차장 입구를 통해 늦은 시간까지도 학생들이 드나들었다. 잠시 후 수업을 마치고 몰려나온 학생들은 "11시까지 수업을 한다"고 했고, 논술학원 원장 A씨도 연합뉴스 기자와 맞닥뜨리자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11시까지는수업을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요즘 단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이하생략).'
이것이 서울시내 학원교습의 현주조이다. 결국은 조례로 정해 놓아도 학원에서 지킬 의도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학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교습시간을 1시간 연장한 방안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수렴없이 진행된 개정안이기에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학교에서 학원수업시간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데에 동의는 한다. 그렇더라도 교사이기 이전에 학부모들인 교사들 마저도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론을 수렴했다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는 7교시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학생들이 학원때문에 어쩔줄 몰라하는 경우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요즈음의 아이들이다. 조금이라도 좋다는 학원을 찾아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도 한다. 심지어는 7교시 수업후의 청소도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학원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공교육의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교육청에서 학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은 왠지 씁쓸함이 앞선다. 학원을 철저히 배제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학원으로인해 공교육에 자꾸 무관심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특히 학생들이 학교에서 6-7교시의 수업을 마치고 다시 학원에서 비슷한 시간의 수업을 듣는 다는 것은 학생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차피 개정될 학원법이라면 이제는 그 시간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인력을 충원해서라도 법을 지킬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때까지 철저한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 법을 만든다는 것은 그 법을 지키라고 만드는 것이다.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버젓이 그 법을 어기는 학원은 법에따라 철저히 처리해야 한다.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11시가 또다시 12시로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학원, 학교, 학생을 모두 위하는 방향으로의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시교육청의 대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