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단 한 가지의 진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언급을 터부시하고, 때로는 과학의 힘을 빌려 죽음을 거부하려고도 한다.
안국동 갤러리 사비나에서 10일까지 열리는 서양화가 안창홍의 ‘죽음의 컬렉션’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털어놓기는 꺼리는 죽음을 다양한 이미지로 채집했다.
17차례의 개인전을 치르면서 일상 속의 폭력과 죽음을 언급해 온 작가는 기록사진을 훼손시킨 형태의 연작 '기념촬영', 도발적 누드로 성적인 느낌과 함께 죽음을 환기시키는 기묘한 작품 '시선' 등 격정적 죽음과 함께 일상 속에서 마주친 동물의 죽음을 모노톤으로 표현한 '모래바람-고비사막 가는 길’등 정적인 작품도 보여준다. 죽음은 광풍처럼 덮쳐오기도 하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한 켜씩 쌓이는 먼지처럼 서서히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일까.
한 사람의 작품이라 보기 어려울 만큼 여러 경향의 작품이 혼재되어있는 '안창홍- 죽음의 컬렉션'전. 죽음의 형태가 그만큼 다종다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덤으로 사라지려는 사자(死者)의 등을 돌려세워 옷을 벗기고 채찍으로 후려갈긴 듯한 그림들을 유쾌한 마음으로 보고 있기는 힘들다.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죽음을 직시하기 어렵듯이….
관람료 1000원. 문의=02-736-4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