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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연극 광해유감> "고단한 자리에 앉느라 수고하셨소"

교사가 뽑은 만나고 싶은 인물 '광해'의 고뇌 파헤쳐


권력을 흔들어대는 핵심은 무엇일까. 극단 물리의 ‘광해유감’(6~13일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은 반정에 의해 왕좌에서 물러난 광해군의 고민을 파헤치며 이 질문의 해답을 구하고 있다.

승자의 기록에 따르면 광해는 왕이 아닌 군에 불과하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보여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의 실리외교 등은 광해가 군왕으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교사 1000명이 뽑은 만나고 싶은 인물 1위로 뽑힌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투쟁의 와중에서 형 임해군과 배다른 동생 영창대군을 죽임으로써 여론을 등에 업은 반군에 의해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광해의 고민을 인목대비와의 특별한 감정, 부친 선조의 질투 등 픽션을 섞어 연극‘광해유감’은 재구성했다.

광해역은 묵직한 카리스마 한명구씨가, 자식은 물론 일가 친척까지 도륙당한 한맺힌 여인 인목대비역은 장영남씨가 맡았다. 원로배우 오현경씨도 모처럼 무대에 등장한다. 선조로 분장한 오씨는 아들 광해와 끝없이 교차하는 애증을 변덕스런 표정연기를 통해 그려낸다.

지난해 삼성문학상 최종후보작에 올랐던 젊은 작가 임은정씨의 대본을 음향과 조명, 독특한 무대공간 활용으로 인간 내면의 심리를 형상화해 온 한태숙씨가 연출한다. 무대 위 3면에 트러스트로 된 객석을 설치, 기존 객석을 포기한 실험적 형식이 눈길을 끈다.‘눈’을 주요 모티브로 한 무대는 강력한 여론의 비판을, 또 텅빈 객석은 여론의 모호한 주체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대권을 향한 대선 후보들의 열전이 한창인 요즘, 후보들의 희비는 여전히 여론몰이에 따라 교차하고 있다. 권좌란 것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한스러운, '유감'(遺憾)한 바늘방석임을 운명의 칼끝에 휘둘려 스러진 광해는 이렇게 표현한다. 대선 후보들을 향한 말인양 그의 마지막 한 마디가 무대 위를 떠돈다. "고단한 자리에 앉느라고… 수고하셨소."

공연시간 월-목 오후 7시 30분, 금, 토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일 오후 4시. 수능 마친 고3생 단체 할인도 실시한다. 문의=02-764-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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