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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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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 편지> 중독

그 미친 사랑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은수(이미연)와 호진(이얼) 부부는, 호진의 동생 대진(이병헌)과 한집에 산다. 부부 사이의 애정도 각별하고 형제애도 남다른 이 가정에 불행이 들이닥친다. 카레이서 대진은 레이싱중 사고를 당하고, 동생의 시합을 보러 가던 호진도 트럭과 충돌, 둘 다 식물인간이 된다.

1년 뒤 먼저 깨어난 대진은 자신이 호진이라고 주장한다. 습관이나 취향도 호진과 똑같다. 병원에서는 빙의(憑依·영혼이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는 것)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은수는 대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호진은 깨어나지 않는다. 부부만이 아는 일들을 대진이 소상히 기억해내자 은수는 대진을 호진으로 받아들인다.

중독. 사랑이 집착으로 이어지는 순간 이미 그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혹자는 이야기했지만 글쎄요,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요.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변해 가는 자신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진정, 미치도록, 사랑해 본 적이 있느냐고, 영화 '중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호진을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낸 사람이라 여길 정도로 운명적 사랑을 믿는 은수. 그녀라면, 빙의를, 육체를 뛰어넘는 영혼의 사랑을 다른 사람보다 쉽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진의‘지독한 사랑’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은수는, 그녀가 믿었던 사랑은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지요.

다시 찾은 완벽한 사랑에 대한 모든 확신이 산산이 부서지던 순간. 그녀는 깨져버린 유리 같은 꿈에 온 마음과 영혼을 다 베이고도 왜 그에게로 돌아갔을까요. 그를 벌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스스로를 버리면서까지 사랑을 손에 쥐고자 했던 그 젊은 미친 남자가 영원히 그 꿈에 붙들려 있도록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지독한 사랑’에 연민을 보낸 것인지도, 아니, 현실적으로 그녀가 가진 아기가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것도 아니면 이미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은수 또한 이미 대진에게 치명적으로 중독되어 버린 것인지도….

"독어는 눈으로 천리(千里)를 보고 입으로는 모든 액운을 먹어 삼킨대"라며 호진이 차에 부적을 걸어줄 때, 대진은 "그런 놈이 그물에는 왜 잡혀?"라고 말합니다. 그렇지요. 천리를 내다본다는 독어조차 그물을 피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인간의 마음이야….

사랑의 그물에 걸린 자의 섬뜩하리 만큼 처절한 몸부림. 그 미친 사랑을 악(惡)이라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검은 물감을 풀어 넣듯 스크린에 천천히 녹여낸 '지독한 사랑'의 상흔에 어느새 '중독'되었기 때문입니다. 중독에는 해독제가 있을 뿐, 예방약은 없다 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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