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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문명(文明)과 인정(人情)은 반비례하는가?

인류사를 되돌아보면 흥망성쇠가 반복되어 왔음을 알 수 있고 로마제국과 앙코르와트 유적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인류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어 세대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민족상잔의 6.25 전쟁을 겪으면서 폐허위에서 가난에 찌들었던 시절에도 교육에 열정을 쏟은 덕분에 우리는 많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1954년은 휴전을 한 다음해였다. 분교장이었던 학교는 초가지붕에 책상도 없이 멍석을 깔고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2학년 때 약 3Km 떨어진 곳에 학교가 개교되어 그곳으로 이사를 하여 처음으로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교실을 더 짓는다고 기초 콘크리트를 하기 위해 앞개울에서 자갈과 모래를 책보에 담아 나르던 기억도 있다. 독지가가 기부한 밭에 학교건물만 우선 지었기 때문에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지대가 높은 쪽의 흙을 들것으로 날라 낮은 곳을 메우는 일도 했던 기억도 있다.

초임발령을 모교로 받은 나는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새롭게 떠올랐다. 전기, 전화, TV는 물론 없었고 라디오가 고작이었다. 시험지도 등사원지에 철필로 글씨를 써서 등사기로 밀어서 시험을 보던 때에 교직을 시작하였다. 38년이 지난 지금의 학교는 문명의 발달로 최첨단 교육기자재가 너무 잘 보급이 되어 있다. 최첨단을 달리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공부하는 요즘의 학생과 선생님들은 너무 편리한 문명의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그 고마움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문명이 발달되지 못했던 50년대를 경험하지 못하여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은 인간을 상대로 가르치고 배움의 기쁨을 맛보며 자아실현을 하면서 꿈과 희망을 가꾸어 가는 것이 아닌가? 어려웠던 50년대는 문명의 수준은 아주 낮았지만 학교현장에서 느끼는 인간의 정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서 사는 재미를 더 크게 느꼈던 것 같다. 학생들 간에도 따뜻한 우정이 싹텄고, 학생들은 선생님을 무한대로 존경하며 따랐고 동료 직원 들 간에도 정이 넘쳐났던 것 같다. 학부모들도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였던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문명이 발달된 지금은 어떠한가? 학생들 간에는 더블어함께 놀이를 하기 보다는 사이버라는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더 즐기며 따돌림이 생겨났고 심지어는 선생님을 신고하거나 구타하는데 까지 이르렀고 학생과 교사 사이도 귀엽다고 등을 만져주거나 안아 주었다가는 성추행으로 몰리고, 동료교사들 사이도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해서인지 정을 나누며 동료애를 가꾸어가기 힘들어졌다.

회식자리가 마련되어도 먼저도착한 사람은 먼저 음식을 먹고 음식만 먹으면 슬그머니 사라지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일부학부모는 담임교사를 학생들 앞에서 마구대하며 교권을 무너뜨리거나 자식에게 조그마한 불리함도 참지 못하고 고발하거나 언론에 알려서 곤혹을 치르게 하는 학부모들을 볼 때면 “문명(文明)과 인정(人情)은 반비례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지금 문명의 혜택을 너무 많이 받으며 물질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낮고 문명과는 거리가 먼 후진국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우리 보다 훨씬 높다는 것은 편리함과 문명이 인간의 마음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할 수 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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