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간한 간석지에서 자생하는 갈대밭입니다.
한여름에 무슨 갈대밭이냐고요?
갈대밭은 가을에 구경하는 것이 제격이라고요?
아닙니다.
물론 가을의 갈대밭도 아름답지만 여름철에 보는 갈대밭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서슬이 시퍼런 갈대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서로의 몸을 부딪히며 서걱서걱 울부짖는 모습은 정말 비현실적이죠.
이제 가을이 되면 솜털처럼 부드러운 갈꽃이 이곳 평야를 온통 뒤덮을 겁니다.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수많은 홀씨들이 나폴나폴 하늘을 나는 축제의 향연!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저 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저수지입니다.
원래는 바다였는데 간척사업으로 지금은 저수지가 되었죠.
봄이면 붉은 보랏빛 자운영을 비롯해 봄맞이꽃, 할미꽃, 토끼풀꽃, 각시붓꽃, 개망초 등등
지금은 그 이름조차 잊었을 정도로 수많은 야생화와 잡초들이 제방 위에서 앞다투어 피어났습니다.
봄꽃이 지고 나면 연이어 바랭이풀과 거위밥풀꽃이 지천으로 저수지 둑을 뒤덮어 버리죠.
지금은 청둥오리를 비롯 각종 철새들의 좋은 은신처가 되고 있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초록의 물결에 잠시 넋을 잃었습니다.
바다를 메워만든 광활한 평야에서 새파란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모습에
흠뻑 도취됐기 때문입니다.
'생이불유(生而不有)'! 내 것이 아닌데도 아무리 보아도 전혀 질리지가 않습니다.
눈을 가늘게 뜨면 저 멀리로 초록의 지평선이 보일 겁니다.
이맘때가 일년 중 벼 포기들이 가장 푸르고 싱싱할 때랍니다.
따라서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초록이 아니기에 더욱 귀중한 풍경입니다.